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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Jul 08. 2019

동성애 사르카즘

 _스티븐 로 「철학학교」

이렇게 쉬운 철학책은 본 적이 없다. 소피의 세계도 쉽게 쓰려고 발악을 한 책이지만, 그 책은 재미가 없다. 이건 재밌다. 대한민국의 철학과는, 특히 서울대 철학과는 철학을 공부하지 않고 철학사를 공부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거기서 배운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이건 누가 한 말이다, 이건 누구 철학이다. 철학사의 분류를 갖다 붙이기에 급급하다. 급급해도 좋으니 나도 서울대 철학과 나오고 싶다.



총 2권 25가지의 주제로 이루어졌다. 원서는 1권인데 한국어 버전이 2권으로 나뉘어졌다고 한다.


1권

제1장 세계는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

제2장 동성애는 무엇이 잘못인가?

제3장 도둑맞은 두뇌

제4장 시간여행은 가능할까?

제5장 상대주의자들의 거짓말

제6장 기계는 생각할 수 있을까?

제7장 신은 있을까?

제8장 다른 사람에게도 마음이 있을까?

제9장 그런데 그건 예술일까?

제10장 신과 종교가 없어도 도덕은 존재할까?

제11장 창조론은 과학적일까?

제12장 맞춤아기


2권

제1장 의식의 수수께끼

제2장 왜 내일도 태양이 떠오르리라고 기대할까?

제3장 우리는 과연 처벌받아야 하나?

제4장 의미의 신비

제5장 조디를 살리기 위해 메리를 죽여야 하나?

제6장 이상한 수의 영역

제7장 지식이란 무엇일까?

제8장 도덕은 안경과 같을까?

제9장 고기를 꼭 먹어야 할까?

제10장 두뇌이식, 원격이동, 그리고 개인의 동일성

제11장 기적과 초자연적 현상

제12장 일상생활에서 범하는 여덟 가지 오류

제13장 일곱 가지 역설


목록이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책은 철학자들의 이름이 별로 등장하지 않는다. 주장과 반박, 그에 대한 재반박. 논리로 마구 싸운다. 그래서 중학생도 볼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쉽다.

여기서 특히 재미있었던 부분 몇가지를 소개한다.


 _동성애는 무엇이 잘못인가?


동성애는 자연스럽지 않다는 비판은 기독교 신학에서 그 유례를 찾을 수 있다. 그래서 신과 신자의 대화를 통해, 이를 재미있게 비꼰다.



하느님ㅡ 옳지 않다고? 정말 옳지 않다고 생각하느냐?
기독실ㅡ 물론이죠. 「성경」에서 그렇게 말씀하셨잖아요?
하느님ㅡ 아. 「성경」!
기독실ㅡ 예, 여기를 보세요. "너희들은 절대로 동성연애를 해서는 안된다. 이것은 추잡한 짓이다."라고 「레위기」 18장 22절에서 말하고 있어요.
하느님ㅡ 음, 그때는 내가 좀 서두른 모양이구나. 지금은 그다지 확신하고 있지 않은데... ...
하느님ㅡ 몇 쪽 뒤로 넘겨 보아라. 그래, 그곳을 자세히 살펴보아라. 「레위기」 11장 7~8절에는 뭐라고 적혀 있느냐?
기독실ㅡ "굽은 갈라졌으나 새김질을 하지 못하는 돼지는 먹어서는 안된다. 이런 짐승들은 다 부정하므로 먹지도 말고 그 사체를 만지지도 말아라" 라고 적혀 있어요.
하느님ㅡ 그렇다면 삼겹살을 한번이라도 먹었다면, 너는 죄를 지은 셈이다. 이제 그 다음 구절을 읽어보아라.
기독실ㅡ "그리고 물 속에 사는 고기 중에서 지느러미와 바늘이 있는 것은 너희가 무엇이든지 먹을 수 있다. 그러나 지느러미와 비늘이 없는 것을 먹어서는 안된다."라고 「레위기」 11장 9~10절에 적혀 있어요.
하느남. "이것들은 부정한 것이므로 그 고기를 먹지도 말고 죽은 것을 만지지도 말아라. 너는 어제 저녁식사로 꽃게탕을 먹지 않았느냐? 기독교신자인 너는 어째서 해산물식당 앞에서 불매운동을 벌이지 않느냐? 왜 꽃게를 먹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경고하고 다니지 않느냐?


꽃게 이야기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혼합직물로 만든 옷을 입지 말라는 구절과, 돈을 빌리지 말라는 구절도 나온다. 저자는 성경을 조롱하기 위해서 이런 글을 쓴 것이 아니다. 성경이 옳기 때문에 그에 따라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성경에 있으면 취사선택해왔다는 것을 까발린 것이다. 결국 도덕은 신이 아니라 우리에게서 찾을 수 있다. 이 챕터는 동성애를 비난하기 위한 다양한 논리와 그에 대한 반박으로 이루어졌다. 하나하나 감탄을 자아낸다.



하느님ㅡ 그뿐 아니라, 네가 「성경」을 하느님의 말씀으로 기꺼이 인정하는 까닭도 사실은, 「성경」에 나타난 도덕성이 네 생각과 일반적으로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 아니냐? 만약 「성경」에서 도둑질·거짓말·살인을 부추긴다면, 너는 「성경」을 나의 말, 다시 말해 하느님의 말씀으로 여기지 않을 것이다. 어떠냐?
기독실ㅡ 듣고 보니 그러네요.
하느님ㅡ 그렇다면 너는 이제 정직해져야만 하겠구나. 네가 좋아하지 않는 「성경」구절은 거부하고 좋아하는 구절만 뽑아낸 다음에, 네가 특별히 뽑아낸 그 구절들이 신이 승인한 징표라고 주장하지는 말아라. 그 대신 네가 동성애는 옳지 않은 거라 생각한다고 바로 말해야만 한다. 신을 끌어들이지는 말고.
기독실ㅡ 예. 알겠어요.


마지막은 사르카즘 해피엔딩이다.

* 사르카즘 : 프랑스어로 풍자를 의미한다.


★★★★☆ 중학생도 이해할 정도로 쉽고, 심지어 재미있다


양이 많아서 셋으로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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