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독서머신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태원댄싱머신 Jul 08. 2019

유명한 게이 둘

_스티븐 로 「철학학교」

동성애만큼 재미있는 부분은 없었지만, 못지 않게 흥미로웠던 부분들을 간단히 소개한다.



 _상대주의자들의 거짓말


진보적인 사람들은 함부로 다른 문화권 사람들을 도덕적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나아가 그렇게 옳다 나쁘다라고 평가하는 것을 무례하다, 혹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기에 상대주의의 본질적인 오류가 숨어있다.


상대주의에서 힘을 얻은 이런 종류의 비난은, 이제는 매우 유행하고 있어요. 그러나 이런 종류의 비난 또한 심각한 혼란에 휩싸입니다. 왜냐하면 이 비난 자체가 실제로는 스스로를 비난하고 있기 때문이죠. 어던 사람이 다른 사람들의 도덕성을 도덕적으로 비난한다고 해서 여러분이 그 사람을 도덕적으로 비난한다면, 여러분은 위선자가 될 겁니다. 여러분은 우리가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것, 정확히 바로 그것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맞는 말이다. 똘레랑스도 한계가 있는 것이고 그 한계는 문화적/사회적 합의에 의해 정해진다.



 _다른 사람에게도 마음이 있을까?


채식을 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동물이 고통을 느끼기 때문에 먹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 식물이 느끼는 자극, 그리고 자극에 반응하는 움추림은 뭐라고 불러야 하는지 하는 문제가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논리를 조금 더 본질적으로 가져가면, 과연 나 외에 고통을 느끼는 존재가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그렇다. 회의주의다. 그런데 그 논리가 아주 설득력이 있다.


우리가 복숭아를 1000개 먹어보고는, 그안에 딱딱한 씨가 있는 것을 매번 발견했다고 하자. 이를 바탕으로, 모든 복숭아는 딱딱한 씨가 있을거야. 라고 추정하는 것은 매우 타당하다. 그러나, 단 하나의 복숭아를 먹어보고는 다른 모든 복숭아에 대한 추정을 한다면,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성급한 일반화의 대표적인 예가 된다.


치과의사ㅡ 이제 다른 치과의사들의 논증을 생각해봅시다. 이들의 논증 역시 단 하나의 관찰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내 자신의 경우, 나는 내가 날카로운 것에 찔렸을 때 움찔하며 소리를 지르고, 이런 행동에 고통이 수반된다는 점을 목격합니다. 따라서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날카로운 것에 찔려 움찔하며 소리를 지를 때, 그들도 틀림없이 고통을 느낄 거라고 결론을 내릴 겁니다. ...
치과의사ㅡ 그러나 그 빈약한 증거에 근거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마음이 있다는 믿음을 정당화할 수는 없습니다. 이러한 추론은 단 하나의 버찌에 근거한 추론처럼 의심스럽습니다. 그것에 기초해 다른 사람들에게 마음이 있다고 추론하는 것은 매우 부당하고 비합리적입니다.


일리가 있다. 그래서 철학자들은 사람들의 마음 혹은 이성에 보편성을 부여하는 작업을 해야한다.



 _그런데 그건 예술일까?


설명하거나 의미를 부여하는 정의는 쉽다. 사랑은 아름답다. 사랑은 희생이다. 사랑은 부재로서 그 가치를 증명한다. 등등. 하지만 철학적 정의, 개념적 정의를 내리는 것은 매우 어렵다.


사랑은 A다. 그리고 오로지 A인 경우에만 사랑이다.

위의 A에 딱 들어맞는 설명, 필요충분 조건을 찾는 것을 철학적 정의라고 한다.


내가 알고 있는 가장 유명한 게이이자, 그리스의 날파리(등에)로 유명한, 소크라테스를 통해서 이런 이야기를 들어본 바가 있을 것이다.


참고로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다." 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 그리고 "너 자신을 알라." 는 말도, 아폴론 신전에 적혀있는 격언이다. 물론, 소크라테스가 위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네가 보았느냐? 하고 묻는다면, 할말은 없다.


소크라테스는 별명에 걸맞게 여기저기를 날아다니며 질문을 한다. 용기란 무엇인가, 정의란 무엇인가, 어느 하나 제대로 설명하기 쉽지 않다. 일화를 하나 소개한다.


소크라테스ㅡ 자네 기분이 어떠한가?
트라시마코스ㅡ 우울합니다..
소크라테스ㅡ 우울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트라시마코스ㅡ 침울하다는 것입니다.
소크라테스ㅡ 침울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트라시마코스ㅡ 기분이 더럽단 것입니다.
소크라테스ㅡ 기분이 더럽다? 그것은 무엇인가?
트라시마코스ㅡ 모르겠습니다.
소크라테스ㅡ 그래. 자넨 그래도 낫네. 자네가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은가?


이런 식이다. 모른다는 답변을 얻어내고 나서야, 만족스러운지 상대방을 변태 같은 질문 지옥에서 풀어준다. 지금 소개하는 「철학학교」에는 소크라테스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이렇게 정의를 내리는 것은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려다 투머치토커(박찬호)가 되었다.


이 책에서는 비트겐슈타인을 소개한다. 소크라테스 다음으로 유명한 게이다. 가족유사성이라는 개념이 유명한데, 아주 간단한 개념이다. (물론 실제로는 아주아주 복잡하다.) 한 가족을 생각해보자. 그 가족들은 한눈에 보면 서로 닮았다. 어느 사람들은 눈이 닮았고, 누구는 코가 닮았고, 또 누구는 얼굴형이 닮았다. 하지만 모든 가족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단 하나의 특성은, 없다. 이렇게 서로 부분적으로 유사한 특성을 공유하며 가족을 이룬다.


예술을 생각해보자. 마르쉘 뒤샹의 변기(정확한 이름은 샘Fountain이다.), 피카소의 입체적인 초상화, 매우 사실적인 그리스로마 시대의 미술, 그리고 색만 바꿔서 나열하는 앤디워홀의 마돈나와 체게바라. 이들의 공통점은 유명한 작가의 성공한 작품이라는 점 외에는 없는 것 같다. 그런데 모두 알다시피, 대부분의 예술은 이름 없는 작가에 의해 만들어지며, 때로는 작가가 없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것들에 예술이라는 이름이 붙어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서로 유사한 특성을 공유하는 것 같긴 하다. 불가능해 보이던 정의내리기에, 비트겐슈타인이 아주 획기적인 대답을 내놓은 것 같다.


★★★★☆ 중학생도 이해할 정도로 쉽고, 심지어 재미있다


양이 많아서 셋으로 나누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동성애 사르카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