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작가1 : 최민석
연이은 추운 날씨에 언 손으로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러시아의 문호가 된 느낌이다. 영하 17도의 날씨라면 집에서 김이 올라오는 고구마를 뜯으면서 잡문이나 읽어도 되잖아, 라고 속삭이는 나태의 신을 뒤로 한 채, 며칠째 나오지 않는 원고와 씨름했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 버티고 앉아 있다 보면, 엉덩이의 체온이 특정 온도로 떨어지면서 갑자기 뇌에서 창작열을 관장하는 호르몬이 분수처럼 솟아나 그야말로 미친 듯이 쓰게 되는 환상적인 일은, 물론 벌어지지 않는다.
_최민석 「꽈배기의 맛」
첫째는, 가급적이면 글을 일찍 써두는 것이고, 둘째는 글감이 떠오르지 않으면 아무 말이라도 쓴다는 것이다. 아니, 이렇게 간단할 수 있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이렇게 간단하다. 예상치 못한 급성 장염으로 하루의 대부분을 화장실에서 보낼 수도 있고, 집에 오다가 취객에게 교통사고를 당할 수도 있고, 내 원고에 불만을 품은 어느 익명의 독자가 나를 둔기로 내려칠 수도 있으므로, 가급적이면 일찍 써둔다.
_최민석 「꽈배기의 맛」
별 부담 없이 정해놓은 규칙과 선을 넘지 않으며, 꾸준히 쓴다. 그리고 지나치게 달달하거나 느끼하지 않게, 그러나 적당한 기름맛과 설탕 맛이 배게 쓴다. 내 경우 이런 집의 꽈배기는 길을 걷다 마주치면 언제나 반사적으로 '음, 꽈배기군' 하며 사 먹는다. 독자들도 서점을 걷다가 내 책을 보면 '음. 꽈배기 에세이군.' 하며 집어들길 바라며 말이다.
_최민석 「꽈배기의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