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작가2 : 박민규
글을 쓰는 행위나 방법에 대해선 사실 무관심하다. 내게 소설은 '그냥' 쓰면 되는 것이다. 창작의 고통이란 말을 들을 때마다 그래서 늘 기분이 이상하다. 그냥... 쓰면 되는 거잖아. 절로 그런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어떻게 써야 고통스럽지? 그런 고민을 한 적도 있었다.
_박민규 「자서전은 얼어 죽을」
창작의 고통은 따로 있다.
글을 쓰면 쓸수록, 또 아무리 글을 써도... 결국 나는 인간일 뿐이라는 '고통'이다. 변하지 않는 인간의 고통... 아무리 글을 써도 변하지 않는 세계의 고통. 우리가 인간이라는 이 실질적이고... 물질적인 고통. 단어와 문장, 6하원칙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이 고통. 우주를 창조한 신에게도
결국 어떤 우주를 만들어도 나는 '신'일 뿐이라는 고통이 따랐을 것이다. 아무도 없는 창밖을 바라보노라면, 그래서 이 고통이 때로 합당하고 감사한 일임을 나는 깨닫게 된다. 당신과 나는 실은 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다.
_박민규 「자서전은 얼어 죽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