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박민규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좀 쉬었다 하지? 격려의 편지라도 전하고 싶었지만, 투지와 열정의 팀 나의 삼미는 도대체 쉬거나 멈추는 법이 없었다. 노히트 노런을 약진의 발판으로 삼아 그해 16연패의 찬란한 위업을 달성하더니, 나아가 그 다음 해에는 인류 공영에 길이 이바지할 18연패의 빛나는 금자탑을 쌓아올려 버렸다. 불멸의 기록이었다. 그 불멸의 기록 앞에서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삼미의 라이벌은 삼미뿐"이라는 찬사를 퍼부어주었다. 과연
내가 생각하기에도 그 기록은ㅡ어떤 축구 팀이나 핸드볼 팀이 어느 날 갑자기 프로야구로 전향을 해오지 않는 이상은 절대 깨어질 수 없는 대기록이었다.
그해의 6월 12일은 삼미의 소년팬들에게 있어 6·25보다 잊을 수 없는 치욕의 날이었다. 어찌 우리가 그날을 잊을 수 있겠는가. 두 주먹 붉은 피로 원수를 막아내던, 아니 막아내지 못했던 그날의 경기를. 삼성에게 20점이라는 1게임 팀 최다 득점 기록과, 27개라는 1게임 최다 안타 기록과, 9개라는 1이닝 최다 안타 기록을 동시에 안겨준 그날... 3루타와 2루타, 1루타를 친 삼성의 오대석이 설마 했던 6회 때 투런 홈런을 터트리며 국내 최초의 사이클 히트를 기록하던 그 순간ㅡ나는 실지로 3루타성 눈물과, 2루타성 눈물과, 1루타성 눈물과, 두 줄기 콧물을 동반한 투런 홈런성 눈물을 차례차례 터트리며 국내 최초의 사이클 눈물을 기록했고, 이미 눈물이 마른 조성훈은 마치 실성한 사람처럼 쭈쭈바를 빨며 하염없이 천장을 쳐다보았고, 다혈질의 다른 친구는 마당으로 뛰어 내려가 자신의 눈에 흙을 뿌려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