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이다혜 「출근길의 주문」
포항에 지진이 나서 수학능력시험이 연기되었을 때, 많은 여성들은 시험 기간에 맞춰 생리주기를 조절하기 위해 약을 먹고 있었을 수험생을 걱정했다. 생리통이 너무 심해서 일상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은 중요한 일이 있을 때 그런 방법을 택하니까.
어쨌거나,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말하면서 상대에게 내 이야기를 들리게 하는 경험 자체가 여성의 성장기에 존재하지 않는 영역인 경우가 많이 있다.
사회생활하며 '높은 분'을 만날 때, 나는 대체 무엇을 위해 그 자리에 앉아 있는지 답 없는 질문에 빠질 때가 있다. 높은 분들은 높은 확률로 남성이고, 그들은 본인의 tmi로 시작한다. 아주 천천히 느긋하게, 혼자 웃어가면서, 오늘 날씨가 어떻고 주말에 낚시를 갔는데 수확이 어떻고, 요즘 젊은 사람들은 뭐가 문제고 하는 이야기를 아무의 방해도 받지 않고 늘어놓는다.
우리는 용의 꼬리나 뱀의 머리를 고민하지만 현실은 이름 모를 파충류의 군살 정도의 인생을 산다.
여자들은 침묵을 채우는 일을 요구받지 않았을 때도 요구받았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다.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라는 요구는 특히 조직의 가장 연차 낮은 여성들에게 집중된다. "넌 여자애가 부드러운 맛이 없냐" 같은 난데없는 맛타령도 그런 때 벌어진다. 그러는 님이나 부드러운 맛을 내보시든가.
젊은 직원들이 회사에서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고 할 때는, 업계의 미래를 뜻하기도 하지만 윗사람들을 뜻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여성이 높은 자리에 있는데 일을 잘하면 '여성적 리더십'이라고 부르고, 일이 산으로 가면 갑자기 인간에서 암탉으로 격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