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박민규 「아침의 문」
서로의 문 밖으로 얼굴을 내민 채
이곳을 나가려는 자와
그곳을 나오려는 자는
그렇게 서로를 대면하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왜? 라는 물음을 가슴속에 울리며 그는 여전히 의자 위에 서 있다. 그리고 보았다. 스르르, 끝끝내 문을 열고 나오는 무언가를 볼 수 있었다. 쏟아지듯, 혹은 엎질러지듯 나오는 팔과 다리... 아주 작은 손가락과 발가락을 멀리서도 볼 수 있었다. 여자아이란 사실마저 알 수 있었고, 인간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엎질러지는 거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_박민규 「아침의 문」
그는 아이를 내려다본다. 아이가 운다. 울고, 숨을 쉰다. 주섬주섬 붕대를 모아 그는 일단 아이의 몸을 덮어준다. 그러면 안 되는데, 그는 잠시 아이를 안아본다. 엉거주춤 무릎을 꿇었다가, 매달린 태반을 어쩌지 못해 통째로 안아 올린다. 그의 품에서 아이는 울다, 훌쩍인다. 바닥의 콘크리트보다도 무뚝뚝한 인간이지만, 적어도 콘크리트보다는 따뜻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_박민규 「아침의 문」
절대 믿어선 안 될 것은
삶을 부정하는 인간의 나 자살할 거야, 란 떠벌림이다. 그런 인간이 가야 할 길은 알콜릭 정도가 적당하다. 삶을 인정하지 않고선 실제로 자살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뭐랄까, 결혼을 한 인간만이 이혼을 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 수 없다. 빅 데이에 참가했다 돌아간 두 녀석도 전자의 경우였다. 말하자면 여태 독신으로 살면서 난 반드시 이혼할 거야, 를 외쳐온 셈이랄까. 물론 이것은 험담이 아니다. 그들은 그저
살아갈 수 있는 인간들이다, 라는 얘기다.
_박민규 「아침의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