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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Aug 02. 2021

싸우면서 큰다

사랑하는작가3 : 한병철

인용은 권위를 반영한다. 여기저기서 가져다 쓴다는 건 그만큼 공감이 간다는 뜻이다. 현재 살아있는 철학자 중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사람 둘을 꼽자면 알랭 바디우와 슬라보예 지젝이다. 물론 내 기준이다. 내가 모르면 안 유명한 거고, 철학자도 아니다. 알랭 바디우와 슬라보예 지젝은 공통점이 있는데, 둘 다 한병철을 비판했다는 거다. 단순히 비난하고 욕한 게 아니라, 한병철의 이론을 깊이 있게 받아들이고, 자신의 입장에서 한병철의 한계점을 지적했다.


알랭 바디우


알랭 바디우는 「에로스의 종말」의 서문을 썼다. 이건 한병철이 에로스, 즉 사랑에 대해 쓴 책이다. 재미있게도, 서문에서 이 책을 깐다. 한병철은 긍정뿐인 현시대의 사랑을 비판한다. 김광석이 부른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라는 노래가 있다. 이 노래 제목이 바로 고통과 상처를 피하고 싶은 현대인의 긍정적이기만 한 사랑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부정적 사랑을 제시한다. 알랭 바디우는 서문에서 이를 비판한다. 어찌 사랑이 긍정과 부정의 대립이냐, 둘이 함께 만들어 가는 게 사랑이다! 이런 식으로 산통을 다 깨놓고, 책은 시작된다.


슬라보예 지젝


슬라보예 지젝은 아예 책을 냈다. 「팬데믹 패닉」의 한 꼭지는 한병철의 이론을 소개하고 비판하는 글이다. 한병철은 「피로사회」에서 현대인은 스스로 노예면서 동시에 주인이기 때문에, 자기 착취가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슬라보예 지젝은, 자기고용되어 자기착취하는 노동자는 선진국에서만 발생한다고 비판한다. 전지구적인 분업, 전지구적인 계급차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일리가 있다.


사람은 싸우면서 큰다. 한병철도 알랭 바디우나 슬라보예 지젝과 치고받으면서 쑥쑥 자라고 있는 게 보인다.


가로세로연구소


크고 싶어서 여기저기 치고받는 사람도 있다. 가로세로연구소다. 시사 관련 유튜브를 진행한다. 이슈에 따라 조회수가 오르락내리락하는데, 조국 이슈가 터지자 구독자수가 급증했다. 한번 맛을 보자, 다음부터는 이슈를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가수 김건모의 사생활을 폭로하고 대기업 총수의 비밀을 밝히고 유재석을 건드렸다. 최근에는 배우 한예슬의 남친의 사생활을 밝힌다며 시끄럽게 떠들고 있다. 당사자는 화가 나고 분통이 터질 거다. 법적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더욱 중요한 건 대중의 반응이다. 중요하지 않은 이슈를 무시하면 조용히 사라진다. 반대로 클릭하고 댓글을 달고 여기저기 퍼나르면, 싸움판은 잔치가 된다. 콩고물을 주워먹으려고 언론도 달려들어서 보도한다. 이걸 알면서 오늘도 또 가로세로연구소 기사를 클릭해서 봐버렸다. 내가 싸움을 키우고 가로세로연구소를 키우고 있는 셈이다. 연예인 기사나 자극적인 제목만 보면 내 손가락을 어찌해야 좋을까.




사랑하는 작가3 : 한병철


최근에 읽은 한병철의 책과 독후감 (김영사 이 나쁜놈들이 책을 엄청 이쁘게 만들어서 다 사서 읽었다.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건 안 삼.)


「피로사회」 ★★★★


「에로스의 종말」 ★★★★


「심리정치」 ★★★★★ 장래희망은 사치 부리며 사는 거다. 자유 끝, 사치 시작.


「권력이란 무엇인가」 ★★★★★ 이왕이면 더 강한 권력을!!


「아름다움의 구원」 ★★★★ 책의 내용과 달리, 책의 형식은 아주 매끄럽고 귀엽다. 아름답다.


「투명사회」★★★


「시간의 향기」★★★★


「타자의 추방」★★★★




사랑하는 작가1 : 최민석


사랑하는 작가2 : 박민규


사랑하는 작가3 : 한병철


좋아하는 출판사1 : 유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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