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한병철 「권력이란 무엇인가」
권력에 복종하는 자가 스스로 권력자가 원하는 행동을 하려고 하고, 권력자의 의지를 마치 자신의 의지처럼, 심지어 미리 알아서 따르려고 하는 것, 이것은 더욱 강력한 권력의 지표다.
권력자에 대립적인 의지가 생겨나 그에 맞서게 된다는 사실은 이미 그 권력이 나약해졌다는 증거다. 자기 자신을 드러내야 하는 권력은 이미 약화된 권력이다.
권력은 사물들이 그에 의거해 해석되는 의미 지평을 만듦으로써 사물이 의미를 갖게 만든다. 사물들은 권력관계 속에서 비로소 중요해지고 의미를 얻는다.
운명이 자유로운 선택인 양 체험되는 것이다. 피지배자들이 그 자체로 부정적인 자신의 상태를 자기 취향으로 삼게 된다. 빈곤이 스스로 선택한 삶의 방식이 되고, 강제나 억압이 자유로 여겨지는 것이다.
절대적 권력이란 모습을 드러내거나 자신을 지시하지 않으며, 오히려 자명성과 완전하게 합치되어 있는 권력일 것이다. 권력은 부재를 통해 빛을 발한다.
권력의 연속성은 자아의 연속성이다. 권력과 반대로 종교는 경계 없는 존재의 연속성의 경험과 결부되어 있다.
존재의 연속성을 보장하면서도 모든 것을 파괴하고 집어삼키는 불꽃 속에서 차이나 형태가 사라지지 않게 하는 정신, 그것이 친절함이다.
에고가 타자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은 권력이 결핍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폭력은 무력無力의 표시다.
푸코에 따르면 "자아의 윤리학과 자아의 미학"이어야 할 니체의 "권력 의지"의 철학은 무명無名의 학으로, 아무도 아닌 자의 윤리학과 미학으로, 의도도 바람도 없는 친절함으로 귀결된다. 니체는 자기 자신을 선사해버리라고, 자신을 아무도 아닌 자로 비워버리라고 요구하는 저 신의 목소리를 들었음에 틀림없다.
사랑하는 작가3 : 한병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