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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Apr 23. 2021

처음 보는 아저씨의 전기

_슈테판 츠바이크 「위로하는 정신」

몽테뉴의 전기다. 처음 보는 아저씨다. 「수상록」이라는 독보적인 작품으로 에세이라는 장르를 열어버린 인물(수상록이 에세이라는 뜻이다)로 알고 있다. 읽지는 않았다. 나는 고전을 읽지 않고 두꺼운 책을 읽지 않는데, 「수상록」은 둘 다에 해당된다. 정말 불가피한 상황에 처하지 않는다면, 읽게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 몽테뉴의 전기를 읽었다.



작고 얇은 책이라는 이유로 읽었다. 당연히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그냥 버릴까 고민하다 한번 더 읽었고, 간신히 독후감을 쓴다. 전혀 모르는 아저씨의 전기를 읽는 것도 흔한 일은 아니다.


몽테뉴는 금수저 중의 금수저로 태어났다. 물려받은 걸 누리고는 싶은데 귀찮아서 괴로워했다. 게다가 당시는 16세기. 다문화 유토피아에 가까운 21세기와 달리, 남의 생각에 관심에 많았던 시기다. ㄱ교회 사람이 ㄴ교회 사람을 잡아다 화형식을 하면, ㄴ교회 사람은 ㄷ교회 사람을 납치해 교수형에 처했다. 다시 ㄷ교회 사람은 사람답게,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서 ㄱ교회 사람을 죽였다. 이 번잡한 시기에, 온 나라에서 그를 귀찮게 했다.


이 책의 저자 슈테판 츠바이크는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났다. 유대인이다. 마침 때는 20세기. 히틀러가 유대인을 귀찮게 해서 브라질로 망명가있던 참이었다.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 책 「위로하는 정신」은 미완성 원고로 남았다.


저자가 스스로 밝힌다. 처음에는 「수상록」을 읽고도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고 한다. 어려운 말과 당연한 내용으로 가득한 구닥다리처럼 여겨졌다. 당연한 가치가 다시 빛나게 된 것은 시대 때문이다. 탄압과 학실이 시작되고, 더 이상 자유와 인문을 마음껏 이야기할 수 없는 시기가 오자, 비슷한 세계 속에서 자신을 지키며 살았던 몽테뉴의 가치가 빛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몽테뉴가 오늘 우리 시대와 비슷한 시대에 스스로의 내면을 어떻게 자유롭게 만들었는가, 우리가 그의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우리 자신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는가 하는 점에서만 그에게서 감동과 열정을 얻는다.
 _슈테판 츠바이크 「위로하는 정신」


16세기와 20세기 앞에서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있을 수밖에 없는, 아무 불만 없이 살아야 할 것 같은 21세기도, 나름의 고충이 있다.


신자유주의의 전성기라고 하지만 영혼을 끌어모으지 않으면 자본을 만들 수 없고, 노동자는 열심히 일한 게 우스워진다. 여성도 군대 가라고 등 떠밀며 사람 민망하게 만들지만, 막상 자신의 성별을 스스로 선택한 군인에게는 죽음을 강요한다. 남들 신경 안 쓰고 나만의 삶을 살아야지, 하고 스마트폰을 켜면, 나만의 삶을 해외 휴양지에서 보내는 인싸들의 사진이 우리를 맥 빠지게 만든다. 말하고 보니 약간 우울해지지만, 그래도 몽테뉴와 슈테판 앞에서는 조용히 있어야겠다.


책은 몽테뉴의 할아버지부터 다룬다. 가문이 어떻게 커졌는지 얼마나 커졌는지 보여준다. 이미 금수저는 커질 때로 커졌으나 몽테뉴는 이상한 교육을 받는다. 유모를 들이는 게 일반적인 귀족의 양육인데, 그는 벌목꾼에게 보내졌다. 가난한 오두막에서 자랐다. 다시 성으로 돌아온 후에는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었다.


이렇게 너그럽고도 풍부한 교육방식은 몽테뉴가 특별한 영혼을 발전시키는 데 결정적인 행운이 되었다. 하지만 그런 교육방식이 제때에 끝난 것 또한 행운이었다. 자유를 존중하기 위해서는 강제도 겪어보아야 하는데, 강제적인 교육도 몽테뉴에게는 넉넉하게 주어졌던 것이다.
 _슈테판 츠바이크 「위로하는 정신」


그의 유일한 관심사는 자신이었다. 무언가를 전달하기 위해서 과시하기 위해서 글을 쓴 것도 아니고, 오로지 스스로를 이해하기 위해서 글을 썼다.


몽테뉴가 평생 "나는 어떻게 살고 있나?"라는 질문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에게서 나타나는 놀랍고도 선량한 점은 그가 이 질문을 명령문으로 바꾸려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_슈테판 츠바이크 「위로하는 정신」


이 책을 몇 번 더 읽고 나서도 여전히 느낀 바는 없다. 대신, 몽테뉴가 조금 궁금해졌다. 「수상록」을 꺼내어 들었다. 묵직하다. 1분 훑어보고 다시 책장에 꽂아놓았다. 내 취향은 아니다.


시대에 휩쓸리지 않는 것. 나에게도 중요한 화두다. 정신을 집중하지 않으면 휩쓸릴 것만 같다. 민족주의의 열풍, 코인과 영끌의 광풍에서 흔들리지 않고 서 있는 게 내 하루 일과다. 오늘도 겨우 버텼다. 몽메뉴는 어떻게 해냈는지, 조금 궁금하다.



★★★★★ 몽테뉴는 어떻게 해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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