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한병철 「아름다움의 구원」
제프 쿤스의 예술의 핵심은 매끄러운 표면과 이 표면의 직접적인 작용에 있다. 그 외에 해석할 것도, 해독할 것도, 생각할 것도 없다. 그것은 좋아요의 예술이다.
매끄러운 것은 상처를 입히지 않는다. 어떤 저항도 하지 않는다. 그것은 좋아요Like를 추구한다. 매끄러운 대상은 자신의 반대자를 제거한다. 모든 부정성이 제거된다.
부정성 없는 만족, 다시 말해 내 마음에 든다라는 것이 디지털 미의 징표다. 디지털 미는 어떠한 낯섦도, 어떠한 비동일성도 허용하지 않는, 동일한 것의 매끄러운 공간을 형성한다.
개성과 소비는 서로 대립한다. 이상적인 소비자는 개성이 없는 인간이다. 이 개성 없음이 무차별한 소비를 가능하게 한다.
옷은 신적이다. 숨김은 미에 본질적이다. 그러므로 미는 옷을 벗지도, 폭로되지도 않는다. 벗길 수 없음이 미의 본질이다.
그러나 비밀로서의 미는 오로지 덮개를 덮개 자체로 인식하는 것을 통해서만 직관할 수 있다. 덮여 있는 것을 인식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보다 덮개에 주목해야 한다. 덮개는 덮여 있는 대상보다 더 본질적이다.
경험은 반드시 전율과 엄습의 부정성을, 다시 말해 상처의 부정성을 수반한다.
그러나 미적 판단은 관조적인 거리를 필요로 한다. 매끄러움의 예술은 이 거리를 없앤다.
유혹에는 "거리 두기의 파토스", 나아가 은폐의 파토스가 내재한다. 사랑의 친밀성은 이미 유혹에 본질적인 비밀스러운 거리를 축소시킨다. 그리고 마침내 포르노는 이 거리를 완전히 제거해버린다.
미적 거리가 아름다움 주변에서 관조적으로 머무르는 것을 가능하게 해준다. 미적 직관은 소비적이 아니라 관조적이다.
사랑하는 작가3 : 한병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