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문제로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 도망치고 싶은 현실에 묶여서 아둥바둥 버티듯이 사는 사람도 있다. 비극에서도 아이는 태어나고, 아이는 다시 누군가에게 버티듯이 살 이유가 되어준다. 삶의 모양과 무게가 재각각 달라서, 누군가의 바위 같은 고민이 다른 이에게는 조약돌 같아 보일 수 있다. 원래 남의 떡이 커보이고 내 고통은 더 커보이는 법이다.
겨우 한권의 만화책에서 여러명의 인물을 다루다 보니, 당연히 많은 이야기를 생략하고 있다. 그런데 그 생략이 이 만화책의 묘미다. 아주 조금만 보여주는데도 그 뒤의 그림자가 얼핏 보인다. 도대체 어떻게 살아왔을까. 인물도, 저자도 궁금하다.
가슴을 치며 읽은 인물은 정길이. 다른 이들의 작품에서 정길이는 뻔뻔하게 가면을 쓰고 곤란한 요청이나 하는 인물이다. 구질구질하다는 표현이 딱 맞다. 그에게 카메라가 향할 때는 다르다. 비극의 주인공이고 슈퍼히어로다. 그가 버티고 다시 일어나는 과정을 보면, 그의 민폐도 이해가 된다. 사실, 자세히 보면 이해하지 못할 일이 없다. 자세히 볼 여유가 없을 뿐.
내 삶이 특별히 피곤하다거나 힘들다고 느낀 적은 없다. 솔직히 이정도면 살만했다고 자평한다. 그래도 힘겹게 근근이 살아가는 인간군상을 맞이할때면 가슴이 뜨거워진다. 의식하지는 못하지만 내 삶도 힘겹기 때문일까. 아니면 경험해보지 못한 남의 떡을 보고 침 흘리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