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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May 24. 2021

민폐도 응원한다

_억수씨 「30」

연애문제로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 도망치고 싶은 현실에 묶여서 아둥바둥 버티듯이 사는 사람도 있다. 비극에서도 아이는 태어나고, 아이는 다시 누군가에게 버티듯이 살 이유가 되어준다. 삶의 모양과 무게가 재각각 달라서, 누군가의 바위 같은 고민이 다른 이에게는 조약돌 같아 보일 수 있다. 원래 남의 떡이 커보이고 내 고통은 더 커보이는 법이다.



여러 인물들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자기만의 길을 걷는 인물들이 크고 작은 교차로에서 만난다. 자기 인생에서 주인공이지만 다른 작품에서는 조연이고 스턴트맨이다. 서로 돕고 오해하면서 영향을 주고 받는다.



겨우 한권의 만화책에서 여러명의 인물을 다루다 보니, 당연히 많은 이야기를 생략하고 있다. 그런데 그 생략이 이 만화책의 묘미다. 아주 조금만 보여주는데도 그 뒤의 그림자가 얼핏 보인다. 도대체 어떻게 살아왔을까. 인물도, 저자도 궁금하다.



가슴을 치며 읽은 인물은 정길이. 다른 이들의 작품에서 정길이는 뻔뻔하게 가면을 쓰고 곤란한 요청이나 하는 인물이다. 구질구질하다는 표현이 딱 맞다. 그에게 카메라가 향할 때는 다르다. 비극의 주인공이고 슈퍼히어로다. 그가 버티고 다시 일어나는 과정을 보면, 그의 민폐도 이해가 된다. 사실, 자세히 보면 이해하지 못할 일이 없다. 자세히 볼 여유가 없을 뿐.



내 삶이 특별히 피곤하다거나 힘들다고 느낀 적은 없다. 솔직히 이정도면 살만했다고 자평한다. 그래도 힘겹게 근근이 살아가는 인간군상을 맞이할때면 가슴이 뜨거워진다. 의식하지는 못하지만 내 삶도 힘겹기 때문일까. 아니면 경험해보지 못한 남의 떡을 보고 침 흘리고 있는 것일까.



★★★★★ 응원하게 되는 책. 조연도 민폐도 다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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