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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Feb 25. 2021

지구를 핑퐁핑퐁

 _박민규 「핑퐁」

요약하자면 두 왕따 학생이 우연히 탁구를 치게 되면서 겪는 이야기.. 라고 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사실 이 책을 요약할수 있는지 조차 모르겠다.


제목처럼 탁구 이야기다. 두 왕따 학생이 핑퐁핑퐁 공을 주고 받는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박민규의 작품은 언제나 핑퐁핑퐁 독자에게 기대를 하게 하고 그걸 박민규가 받아서 충족시켰다가 독자가 거기에 놀아나면 어느 순간 생각도 못한 공을 날려서 당황시키는, 요약하자면 기대와 당황의 핑퐁핑퐁이었다. 요약이 가능하다면 말이다.



박민규는 어느 정도의 현실성은 가볍게 무시한다. 개연성을 무시하는게 막장이라면, 현실의 한계를 무시하는 건 판타지다. 그의 소설은 막장도 판타지도 아니다. 그 위를 훨훨 난다.


한 없이 가벼운 문체로 그리는 현실은 더 없이 무겁다. 그래서 마냥 답답하기만 한 것도 아니고, 그저 재미있기만 한 것도 아니다. 그 위를 훨훨 난다.



두 왕따 소년이 핑퐁핑퐁 주고 받는 건 다름 아닌 인류의 운명이다. 그를 괴롭혀온 악당의 운명도, 지구 멸망을 기다리는 이상한 집단의 운명도, 그들의 핑퐁핑퐁에 달려있다.


따는 2학년 때부터 시작되었다. 이유 같은 건 없다. 치수와 한 반이 되고, 치수의 눈에 띈 게 이유라면 이유였다. 우선 맞았다. 팔 올려. 그리고 겨드랑이 밑을 몇십번이고 때리는 것이었다. 얼굴은 깨끗한데 끙끙 며칠을 앓을 정도로 심하게 아팠다. 싹처럼 돋아 있던 인생의 날개 같은 것이, 그때 꺽여버린 느낌이다. 하얀 깃털이나 솜털 같은 것이, 그래서 보풀처럼 맞을 때마다 떨어졌다. 그런, 기분이었다.


당장 지구가 멸망한다면,

당장 핼리 혜성이 날아온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지?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핼리 혜성 앞에서, 사람들은 겨우 숟가락이나 구부리고 자위나 하고 앉아 있다. 매일 같이 구타하고 괴롭히는 악마 앞에서 학생 은 겨우 탁구채를 휘두를 뿐이다.


결국은 태도다. 보잘 것 없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것이곤 태도 외에 없다. 이 태도로 그들은 자신들의 운명에 맞서고, 인류의 운명에 맞선다.


결국엔 폼(form)을 완성하는 거야. 끝없이 계속 가다듬는 거지. 실은 공을 보내는 게 아니라 이쪽의 다듬은 폼을, 자세를 보내는 거야. 알겠니? 탁구에서 졌다는 말은, 결국 상대의 폼이 나의 폼보다 그 순간 더 완성되었다는 뜻이야.


그들의 보잘것 없음이 더 부각되도록, 날아온 탁구공은 어마어마한 크기였다. 그들의 말도 안되는 탁구를 보고 있자면, 그만 체념하고 만다. 그래 이 광활한 우주 앞에서 겨우 개연성 따위야, 현실성 따위야, 하고 단념해버리고 만다.


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핑퐁



★★★★★ 초현실주의 소설. 진실만 추구하는 카르트 같은 사람도 읽다보면 현실이 뭐가 중요해! 하며 정신없이 읽게 된다.


덧. 박민규 작품이니 당연히 재미있다. 그래도 박민규 작품이 별 3개라면 사실상 최하점이다. 박민규 작품 중 최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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