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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Aug 28. 2021

내가 세상을 보는 틀

사랑하는작가4: 강준만

대학생 때는 (라떼는 말이야~) 주위에 무슨 주의자가 많았다. 지금은 희귀종이 되어버린, 마르크스주의자, 마오주의자, 트로츠키주의자가 주위에 포진되어 있었다. 운동을 해서 그런 걸 수도 있다. 여성주의자는 엄청 많았다. 채식주의자는 아주 가끔 발견되었다. 요즘에는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는 것 같다. 대학생 때의 나는 스스로의 신념을 찾아가는 단계였기 때문에, 나를 형용할 적절한 단어를 찾지 못했다.


뒤늦게 헨리 조지를 알게되었고, 이제는 가끔 조지주의자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수식어를 사용하기에는, ㅈ이 너무 많기도 하고, 헨리 조지의 책을 너무 지루해한다. 솔직히 재미없다. 비단 헨리 조지 뿐만 아니라, 죽은 사람이 쓴 책은 내 취향이 아니다.


주의는 가치관을 말한다. 세상을 보는 틀이다. 그렇게 따지면 나는 강준만주의자라는 말이 어울린다. 강준만이라는 틀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내가 의도한 바는 아니다. 그가 글을 너무 많이 쓰기 때문이다. 강준만의 독자는 농담조로, 독자가 읽는 속도보다 더 빨리 책을 쓴다고 말한다. 과장은 아니다. 매년 열심히 그의 책을 읽지만, 읽어야할 책 리스트는 늘어나기만 한다. 이해하기 어려운 속도다.


처음 그를 접한건 「인물과 사상」이었다. 기성언론의 문제점을 비판하며, 스스로 언론의 역할을 대신했다. 이른바, 출판의 언론화다. 몇달에 하나씩 나왔는데, 거의 혼자 한권을 다 썼다. 다른 필자가 참여하기도 했는데,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에게도 지면을 내줬다. 나중에는 동일한 이름의 잡지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이 잡지는 아직도 나온다.


석학 대접을 받는 미국 지식인 이름을 한 명 대 보시라. 그리고 그 나라 도서관에 가서 컴퓨터 단말기에 그 지식인의 이름을 두들겨보라. 아니 인터넷을 이용해도 될 것이다. 그 지식인이 쓴 논문과 저서의 몇 배가 되는, 그 지식인에 관한 논문과 저서의 이름이 수두룩하게 쏟아져 나올 것이다. 요컨대, 비판이 있어야 석학이 나오는 법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엔 그런 비판이 드물다. 아예 없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드물어도 너무 드물다. 비판이 있어야 방어를 위해서라도 자신의 이론을 더 정교하게 만들 수 있을 것 아닌가? 그런데 아예 비판이 없으니 발전이 있을 수 없다.
 _강준만 「'출판의 언론화'를 지향하는 저널룩」


그가 유명해진 계기는 「김대중 죽이기」였다. 지역주의 문제를 도발적으로 제기한 책이다. 누구나 가볍게 읽을 수 있게 구어체에 가까운 형식으로 실명 비판을 하는 게 강준만식 글쓰기의 특징이다. 쉽고 재미있는데, 어느 정도 전문성을 띤다. 책을 한권 뚝딱 만들고 이를 압축적으로 줄여서 제목을 붙인다. 그래서 한 번 들으면 기억하기 쉽고, 어떤 책인지 바로 감이 온다. 「권력은 TV에서 나온다」, 「마광수를 위한 변명」, 「전라도 죽이기」, 「서울대의 나라」, 「노무현과 국민사기극」, 「정치는 쇼비즈니스다」, 「축구는 한국이다」는 극히 일부다. 그가 그동안 낸 책이 무려 300권 가까이 된다.


「한국 현대사 산책」이 가장 유명한데, 나는 역사책은 지루해서 읽지 않았다. 「한류의 역사」는 대중문화를 이야기하고, 「한국인과 영어」는 영어를, 「영혼이라도 팔아서 취직하고 싶다」는 취업을, 「부동산 약탈 국가」는 부동산을,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은 페미니즘을 분석한다. 그의 책만 읽어도 대한민국을 다 알게된다.



사랑하는 작가4 : 강준만


최근에 읽은 강준만의 책과 독후감


「글쓰기가 뭐라고」 ★★★★☆ 인용은 강준만처럼 하지 말라고 주장하는 강준만의 너스레


「한국인 코드」 ★★★★☆ 물고기는 절대 알 수 없는 물. 나는 절대 알 리 없는 한국.


「청년이여, 정당으로 쳐들어가라!」 ★★★★☆ 물갈이를 물갈이하자


「강남 좌파」 ★★☆☆☆ 취향 대신 부동산으로 구별짓기 하는 강남좌파


「강남 좌파2」 ★★★☆☆ 강남좌파 되는 게 어렸을 적 내 꿈이었는데


「증오상업주의」 ★★★☆☆ 중요한 주제지만, 미국 이야기다보니 다소 지루. 전혀 들어본 적 없는 이름만 나온다. 안철수 나오면 엄청 반갑다.


「미디어와 쾌락」 ★☆☆☆☆ 대학생 리포트를 내가 돈 주고 사서 보다니. 사실상 해피캠퍼스.


「고종 스타벅스에 가다」 ★★★☆☆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 (현대파트는 노잼)




사랑하는 작가1 : 최민석


사랑하는 작가2 : 박민규


사랑하는 작가3 : 한병철


사랑하는 작가4 : 강준만


좋아하는 출판사1 : 유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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