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독서머신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태원댄싱머신 Sep 05. 2019

2011년에 미리 예견한 조국 논란

_강준만 「강남 좌파」

이렇게 될 줄 미리 알았던 것일까, 강준만은. 최근 조국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란은 사실 참여정부 때 처음 불거진 강남 좌파 논란의 반복이다. 서민적 이미지로 당선되었던 노무현 대통령은 당선 이후 골프를 쳐서 논란이 일었다. 이해찬을 비롯한 386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들은 참여정부 이후 (국민의 정부와 달리) 자유롭게 골프를 치는 분위기였고, 이는 진보 언론 보수 언론 가릴 것 없이 공격하는 빌미가 되었다.



2011년에 나온 책이다. 당시 논쟁이 되었던 부분을 두루 다룬다. (표지에는 조국이 나온다.) 당연히 지금(2019년)의 사태를 설명하는 데에도 부족함이 없다.


맑스


강남 좌파 논란은 가까이는 2011년으로 내려간다. 조금 더 내려가면 일제 시대로, 더 내려가면 맑스까지 내려간다.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no=3851#09T0

서울대 조국 교수가 기폭제가 된 최근의 '강남 좌파' 논쟁을 보면서 문득 떠오른 것이 인간의식의 존재구속성에 대한 혁명적 주장으로, 좌파이론의 초석이 된 맑스의 유명한 <정치경제학 비판>의 이 "서문"이다.
 _손호철 「강남 좌파? 진짜 문제는 '강북 우파'다」 2011-04-19 프레시안 기사


이는 2011년 기사다. 그렇다. 그때부터 조국 교수는 강남 좌파 논쟁의 한 가운데에 있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 같은 강남 좌파의 존재가 마치 새로운 현상인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것은 몰역사적인 상업주의로 문제가 많다. 사실 '강남 좌파의 원조'는 맑스 자신이다. 맑스의 위의 주장처럼 사회적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면 맑스는 우파가 됐어야 맞다(이 같은 사실 때문에 유명한 문화비평가 프레드릭 제임슨은 맑스의 위의 구절을 "두고두고 망칙한 발견"이라고 논평한 바 있다). 그러나 맑스는 강남출신이면서도 좌파의 길을 갔다.
러시아 혁명도 마찬가지다. 러시아 혁명 주역 중 스탈린을 제외하곤 거의 모두(레닌, 트로츠키, 부하린 등)가 일종의 '강남' 출신이었다.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 한국 사회주의의 원조는 대부분 <태백산맥>에 나오는 기층 민중들이 아니라 일본유학을 다녀온 부유한 지주들의 자식들이었다. 
 _손호철 「강남 좌파? 진짜 문제는 '강북 우파'다」 2011-04-19 프레시안 기사


리무진


강남 좌파 논란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전세계에 비슷한 용어가 있다.


강남 좌파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다른 나라들에도 비슷한 현상이 존재한다. 미국의 '리무진 진보주의자', 영국의 '샴페인 사회주의자', 프랑스의 '캐비어 좌파', 캐나다의 '구찌 사회주의자', 호주의 '샤도네이 사회주의자(고급 와인 사회주의자)' 등에 상응하는 게 바로 한국의 강남 좌파다.
 _강준만 「강남 좌파」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 부유한 좌파를 가리키는 표현은 대부분 취향과 관련된 부분이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부동산과 관련한 용어다. 강남.


아비투스는 일종의 버릇이다. 버릇은 실천을 낳는다. 그런데 그 버릇은 사회적이다. 사회적이라는 것은 집단적이라는 것이며, 계급적이라는 것이다. 나는 이성적 주체가 아니며, 나의 행위 역시 합리적 선택이 아니다. 나라는 존재와 나의 행위는 오랜 역사 속에서 형성된 버릇에서 비롯되었다. 이 사회적 버릇은 개인으로서 나와 계급을, 행위와 구조를 매개한다.
 _피에르 부르디외 「구별 짓기」


피에르 부르디외의 말이 맞다면, 서양의 부유한 진보는 샴페인, 캐비어, 샤도네이 등을 먹고 마시며, 즉 취향으로, 자신의 부유함을 뽐낸다. 반면 대한민국의 부유한 진보는 강남, 즉 부동산으로 자신의 부유함을 뽐낸다.


학벌


다른 나라에는 없는 강남 좌파의 특징은 크게 3가지다. 지역, 학벌, 역사다.


앞서 김진석은 한국 진보의 가방끈은 세계적으로 길다고 했는데, 아마도 가장 길지 않을까 싶다. 사실 강남 좌파 개념은 한국의 학벌 문제를 이해할 때에 온전히 파악될 수 있다. 강남 좌파는 다분히 학벌 좌파의 성격을 가졌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가장 치열한 계급투쟁은 노동운동이 아니다. 대학입시 전쟁이다. 공부하러 대학가는 게 아니다. 더 나은 계급을 쟁취하기 위해 대학에 가는 거다.
 _강준만 「강남 좌파」


★★★★ 취향 대신 부동산으로 구별짓기 하는 강남좌파

매거진의 이전글 침묵과 도약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