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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Sep 04. 2019

침묵과 도약

 _장 그르니에 「섬」

작가가 멋지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철학자든 소설가든 마찬가지다. 세상을 나름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자신의 언어를 풀어내는 순간. 와. 하는 탄성이 나온다.



고양이 집사가 쓴 글이 있다. 집사 에세이 중에서는 꽤 오래된 책 같은데, 확실치는 않다. 집사 겸 작가인 장 그르니에는 에세이 「섬」에서 동물에 대해 이야기한다. 생각지 못했던 표현이다.


짐승들의 세계는 침묵과 도약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짐승들이 가만히 엎드려 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때 그들은 대자연과 다시 접촉하면서 자연 속에 푸근히 몸을 맡기는 보상으로 자신들을 살찌우는 정기를 얻는 것이다. 그들의 휴식은 우리들의 노동만큼이나 골똘한 것이다. 그들의 잠은 우리들의 첫사랑만큼이나 믿음 가득한 것이다.


요즘에는 「백종원의 골목식당」만 보고 있지만, 이전에 동물이 나오는 다큐멘터리를 즐겨 본 적이 있다. 정말 장 그르니에의 묘사가 맞다. 먹이를 노리는 사자의 모습이 떠오른다.


모시는 고양이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름은 물루다.


조그만 빈틈도 없이 정확하게 몸을 놀려 제가 맡은 역할을 다하고 있는 그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황홀해진다. 매순간 그는 제 행동 속에 흠뻑 몰두해 있다. 먹고 싶은 것을 보면 그는 부엌에서 나오는 음식 접시에서 눈을 뗄 줄을 모른다. 그의 눈에 가득 찬 욕망은 치열하다못해 벌써 음식 위로 튀어 올라가 앉는 것만 같다.


저자는 프랑스 철학자다. 카뮈의 스승으로 알려져 있다. 장 그르니에는 카뮈에 대한 글을 쓰고, 카뮈는 「섬」의 서문을 썼다. 카뮈의 서문도 아주 좋다. 그가 얼마나 장 그르니에를 좋아하는지 느껴진다.


길거리에서 이 조그만 책을 열어본 후 겨우 그 처음 몇 줄을 읽다 말고는 다시 접어 가슴에 꼭 껴안은 채 마침내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정신없이 읽기 위하여 나의 방에까지 한걸음에 달려가던 그날 저녁으로 나는 되돌아가고 싶다. 나는 아무런 회한도 없이, 부러워한다. 오늘 처음으로 이 「섬」을 열어보게 되는 저 낯 모르는 젊은 사람을 뜨거운 마음으로 부러워한다.


카뮈는 스승의 부탁을 받아 기꺼이 서문을 쓰고, 책이 체 인쇄되기도 전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 프랑스 책치고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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