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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Sep 18. 2021

수수종이로만든 책

_슝슝 「가볍고 불량한 비거닝」

북페어에서 만난 책이다. 군산에 위치한 조용한흥분색에서 진행한 북페어였다. 작가가 직접 자신의 책을 가지고 나타난다. 그러면 책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도 있다. 사실 책 설명은 인터넷에도 나와있고, 저자를 직접 본다는 게 신기한 일이다.




애홍옥희열경경 가운데 돌림자는 '정'으로 같고 막내 고모의 이름은 외자라 마지막 음절만 모아 여러 번 반복해서 읊어 고모들의 이름을 외웠다. 애홍옥희열경경. 거봐라. 쉽지 않은가. 당신도 이제 우리 고모 일곱의 이름을 안다.
 _슝슝 「가볍고 불량한 비거닝」


저자는 이제 막 채식을 시작했다. 아직 초보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시종일관 겸양의 자세를 유지한다. 지인과의 이야기, 혼자 한 생각, 비건 관련 책을 읽고 쓴 독후감 등이 합쳐져 있다. 가볍고 재미있다. 나처럼, 꼭 비건이 아니어도 호기심에 읽을만하다.



"오늘은 고기가 별로 안 먹고 싶네." 같이 먹던 아내가 또 비건책 봤냐고, 극단적으로 하지 말라고, 니네 아빠 또 오래 못 갈 거라고 잔소리를 했다. "나 잠깐 화장실 다녀올게." 찬 물로 손과 얼굴을 씻고 바깥 바람을 크게 마셨다. 버섯과 콩나물, 김치, 비지찌개로 밥을 먹었다.
고기를 못 먹겠다.
 _슝슝 「가볍고 불량한 비거닝」


책을 읽고 영향을 크게 받는 사람이 있다. 비건 책을 읽고 나면 고기를 못 먹는다고 하니, 작가 슝슝도 그런 것 같다. 나는 영향을 덜 받는 편이다. 내 취향이 확고하고, 취향에 맞는 책만 읽는다. 영향을 받을 계기가 없다. 이 책은 어찌 보면 우연히 읽게 되었는데, 약간 영향을 받았다. 아주 약간. 비건 관련 책을 조금 더 읽어볼까 한다. 그건 그렇고 내가 쓴 글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면 안 되는데..


수수종이로 만들었단다. 수수의 부산물로 만들어서 나무를 베어내지 않는 거다. 일단 이뻐서 샀다. 이 책은 말이지요~ 작가님의 설명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일반적인 재생종이보다 훨씬 더 이쁘다. 약간 더 붉은 느낌? 친근하면서 고급스럽다.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된다. 공부 잘하고 외제차 타고 아파트 자가에 살고 있는 엄친아가 있는데, 그가 내 친구이기도 한 거다. 거리감이 있는 것 같은데 없는 느낌이다. 아 됐고, 이 책 살게요. 빨리 주세요. 빨리요~ 급하게 챙겨와서 읽었다. 그런데, 이쁜 게 문제가 아니다. 소리가 예술이다. 촤르륵 촤르륵. 무슨 책인데 이렇게 소리가 좋아? 지인들이 물어볼 정도다. 수수종이로 만든 다음 책이 기다려진다.


저자의 얼굴을 집접 보고 산 책이기 때문에 별점은 생략합니다. 직접 얼굴을 본 소를 도살해 먹을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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