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강준만 「강남좌파2」
2019년 9월 한국장학재단의 통계에 따르면, 국내 의대에 다니는 학생의 절반가량은 가구 소득이 9·10분위에 속하는 고소득층 자녀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SKY도 재학생 10명 중 4명은 가구 소득이 9·10분위인 집안의 자녀들이었다. 2019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신입생 10명 중 5명은 SKY 출신이었다.
더욱 심각한 건 불로소득이다. 국세청의 ‘2017년 귀속 양도소득과 금융소득’ 자료를 보면, 부동산 양도차익과 금융소득 등 대표적인 불로소득이 135조 6,000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112조 7,000억 원)보다 20%나 증가한 것이다. 물론 이런 불로소득은 거의 대부분 상위 10%의 몫이다. 개인별 소득을 파악할 수 있는 배당·이자소득(33조 4,000억 원)을 살펴보면, 상위 10%가 차지한 몫은 각각 93.9%와 90.8%에 달했다. 이는 한국이 그 어떤 나라보다 ‘1 대 99의 사회’가 아니라 ‘10 대 90의 사회’, 더 나아가 ‘20 대 80의 사회’를 기본 프레임으로 삼아 개혁에 임해야 한다는 걸 말해준다.
이 정도면 왜 강남 좌파가 '1대 99의 사회'를 외치는지 이해할 만하지 않은가. 이들이 외치는 진보는 부지불식간에 자신의 경제적 기득권 유지를 전제로 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자기 진영 내부에 긴장과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주제보다는 진영 논리에 충실한 '모범 답안'만 이야기하려는 안전의 욕구가 1% 비판만 하게 만든다. 자신도 포함되는 19%에 더 많은 세금을 거두어야 한다는 주장은 끼리끼리 어울리는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
교육은 사회적 불평등 유지와 강화에 기여한다. 특히 고등교육 시스템은 특권을 부여하고, 지위를 할당하고, 기존 사회제도에 대한 존경을 배양시키는 기능을 수행한다. 형식적인 평등에 대한 광범위한 신념은 지배계급이 그 지위를 공개적으로 자식에게 물려주는 걸 어렵게 한다. 새롭고 더욱 신중한 사회통제와 지위 상속 수단이 있어야만 했다.
요컨대, 능력주의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인해 신화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능력을 이겨버리는 비능력적 요인들, 즉 차별적 교육 기회, 불평등한 사회적 자본과 문화적 자본, 특권의 상속과 부의 세습, 개인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손쓸 방법이 없는 불가항력적인 요인들, 자영업자의 자수성가를 방해하는 대기업, 편견에 의한 차별 등은 모두 능력주의 시스템을 방해하는 요인들이다."
이게 바로 '도덕적 면허 효과'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과거 선행이나 도덕적 행동을 하면, 도덕성에 대한 자기 이미지가 강해지는데, 이런 긍정적 자기 이미지는 자기 정당화의 방편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이미 착한 일은 많이 했기 때문에, 이 정도 나쁜 일은 괜찮다고 생각하는 심리를 갖게 된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