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최민석 「꽈배기의 맛」
간혹 견딜 수 없이 오므라이스가 먹고 싶어진다. 어느 정도냐면 가히 신체기관 어딘가가 잘못돼 나타나는 병리적 현상이라 할 정도다. '오므라이스, 오므라이스'라고 혼자서 중얼거리며 거리를 헤매거나, 노란 옷을 입은 사람을 보면 계란 지단인 양 착각하고 쫓아가게 된다.
_최민석 「꽈배기의 맛」
어찌됐든 네이버에서 연재하는 <지식인의 서재>를 즐겨본다. 가끔 '허, 이 사람도 지식인이었나' 하며 의표를 찔린 기분이 들 때도 있지만, 사실 지식인이란 개념은 충분히 광의적이기에 일단은 그냥 본다. 그런데, 계속 보다가 든 생각은 수십회가 넘도록 대부분의 출연자들이 서재에서 촬영을 했다는 사실이 조금 단조롭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가령, 내 서재는 내 속에 있는 것이요, 라며 대장내시경 화면을 보여주며 말하다든지, 서재란 무용한 것이지요. 그 또한 지적 허영 아니겠습니까. 라며 책을 불태우고는 재를 강가에 뿌리며 인터뷰를 한다든지, 혹은 종이는 재가 되어 바람 속에 흩어졌지만, 내 마음속에는 여전히 문장들이 꿈틀거리지요, 라고 말하면 멋지지 않을까.
_최민석 「꽈배기의 맛」
게다가 외야의 좌석은 주술적 힘이 있어, 그 자리에 앉으면 누구나 거친 말들을 쏟아내게 된다. 마치 이성을 마비시키는 예비군복처럼 강력한 마성을 가지고 있다. 외야석에 앉는 순간 그라운드가 작아 보이고, 선수들도 작아보이고, 그런 탓에 확대된 자아에 의존해 거친 말들을 마구 쏟아내는 것 같다. 실제로 그날은 단체 견학 온 여중생 한 명이, 한때 국가대표였고 지금은 프로데뷔 15년차인 선수에게 "2군에서나 썩어버려라"고 잔뜩 취한 아저씨처럼 고함을 질러댔다. _최민석 「꽈배기의 맛」
사랑하는 작가1 : 최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