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나쓰메 소세키 「도련님」
도련님의 편지를 받고 나서 곧장 답장을 쓰려고 했는데 어쩌다 감기에 걸려 1주일 정도 누워만 있었기 때문에 그만 답장이 늦어졌어요. 죄송합니다. 게다가 요즘 젊은 여자들처럼 능숙하게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서툰 솜씨로 쓰려니 힘이 들어서 조카에게 대신 좀 받아 적으라고 하려다가 모처럼 도련님꼐 쓰는 편지인데 제 손으로 직접 쓰지 않으면 죄송스럽다고 생각해서 부끄럽지만 이렇게 적습니다. 먼저 대충 할말을 쓴 다음 다시 정리를 했는데, 정리하는 데 이틀이 걸렸고 처음 쓸 때 나흘이 걸렸으니 읽기 힘드시겠지만 정성을 봐서 끝까지 읽어주세요.
이런 인사말로 시작해서 넉 자(약 1미터20센티미터)는 족히 넘을 두루마리 종이에 별별 이야기들이 다 쓰여 있다. 읽기가 힘든 편지는 5엔을 주고 읽으라고 해도 안 읽겠지만 기요의 편지만은 처음부터 꼼꼼하게 읽어나갔다.
죽기 전날, 나를 불러서 "도련님 부탁이 있는데요, 내가 죽으면 도련님 다니시는 절에다 묻어주세요. 무덤 속에서 도련님 오시길 기다리면 좋겠어요" 했다. 그래서 기요의 묘는 고비나타에 있는 요겐지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