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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Oct 18. 2020

글은 빨리 쓰는 게 장땡이다

_최민석 「꽈배기의 멋」

이 세상 글로 보이지 않는 명작 중의 명작을 보다보면 종종 좌절에 휩싸인다. 공명의 재능 앞에서 좌절한 주유가 떠오른다. 도저히 공명을 넘어서지는 못할 거라 직감한 주유는 결국 공명을 제거하기로 한다.


나도 문보영과 허지웅, 김영민을 제거하기 위해서 악플을 달기 직전! 최민석의 글을 읽었다. 그리고 용기를 얻었다.




나쁘게 말하면, 최민석의 글은 말장난이다. 별거 아닌 상황을 극단적으로 과장하고, 밑도 끝도 없는 비유를 가져오고, 책인지 영상인지 잠시 헷갈릴 정도로 동적인 묘사를 구사한다. 그래서 무척 재미있지만, 좌절을 안겨줄 정도는 아니다. 좌절 대신, 나도 이렇게 쓰고 싶다는 의지를 붇돋는다.


반명 김영민 같은 경우는 비인간적으로 글을 쓰기 때문에 혀를 내두르고 포기하게 된다. 글을 쓰려고 노트북을 켰다가도, 김영민을 생각하면 노트북 로딩이 채 끝나기 전에, 절필선언을 하게 만든다.



이렇게 말하면 최민석을 무시한다는 오해를 줄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좋은 의미에서 하는 말이다. 나는 그를 따라하고 싶다. 글의 방향이나 성격은 다를 수 있지만, 글쓰는 태도를 따라하고 싶다.


그는 글쓰기를 야구에 비유한다. 타석에 선다고 생각하고 노트북 앞에 앉아서, 공이 날아온다고 생각하고 자판을 치면 되는 것이다. 모든 공을 칠 필요 없듯이, 가끔은 생각을 흘려보낼 수 있다. 방망이를 휘두른다고 꼭 안타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셋 중 하나만 쳐도 삼할타자가 되는 것이다. 야구는 잘 모르지만, 삼할타자면 잘하는 편이라고 한다.



종종 주변에서 너무 다작하는 게 아니냐는 충고를 듣곤 하는데, 그게 다 몰라서 하는 말이다. 나처럼 각고의 노력을 해봐야 대작이 나올 리 없는 작가는 되는대로 빨리 써서 많이 발표하는 게 장땡이다. 아, 작가라는 양반이 격에 어울리지 않게 '장땡'은 뭐고, 또 예술혼에 걸맞지 않게 '되는대로 빨리'라는 건 또 뭐냐고 한다면, 그것도 다 몰라서 하는 말이다. 세상엔 찰스 디킨스 같은 작가도 있고, 헨리 밀러 같은 작가도 있는 것이다. 물론 내가 찰스 디킨스 같은 작가일 리 없으니, 그렇다면 헨리 밀러냐 한다면 그것 역시 아니다. 요점은 세상엔 정말 다양한 작가들이 있다는 것이다. 색상표를 펼치면 우리가 채 이름도 모르는 색깔이 있듯,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색깔을 가진 작가들이 있다.


★★★★ 인간적인 글, 인간적인 작가




사랑하는 작가1 : 최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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