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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Dec 09. 2020

귀여운 아이는 성장해서 귀여운 아이가 된다

 _정용준 「내가말하고있잖아」

처음부터 끝까지 귀여운 소설이다. 말을 더듬는 중학생 소년이 고군분투한다.


나는 잘해 주면 사랑에 빠지는 사람이다. 누군가 한 손을 내밀어 주면 두 손을 내밀고, 껴안아 주면 스스스 녹아 버리는 눈사람이다.


신기하게도 분명 불우한 환경에서 장애를 가지고 있는 주인공의 이야기인데도 처음부터 끝까지 분위기는 가볍고 산뜻하다.


나는 친절한 사람을 싫어하겠다. 나는 잘해 주는 사람을 미워하겠다. 속지 않겠다. 기억해.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아. 내 편은 아무도 없어. 그러니까 바보 멍청이 이 똥 같은 놈아. 아무것도 기대하지 마.
과거의 난 그랬다. 잘해 주기만 해도 돌멩이도 사랑하는 바보였지. 하지만 열네 살이 된 지금은 다르다.


상처받고 단단하게 세운 마음의 벽이 스르르 무너지는 과정이 재미있게 그려진다. 재미있다. 재미는 있으나, 내가 원하는 소설은 아니었다. 어려운 말도 좀 나오고, 깊이 생각해야 하는 부분도 좀 나오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나오는 불친절한 소설을 선호한다. 그래서 약간은 실망. 허세 욕구를 충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만큼 대중적인 책이니, 대부분 좋아할 것 같다.



제주도


제주도의 북까페 「어떤바람」에서 샀다. 제주도 여행을 와서 책을 사 읽으면 더 좋은 추억이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샀는데 약간 아쉬웠다. 다른 책을 고를 걸...



북까페 「어떤바람」은 귀여운 굿즈가 많았다. 열쇠고리, 책갈피, 노트, 엽서 등도 마구 샀다. 무엇보다, 스콘이 맛있어서 하나는 커피랑 먹고, 나갈 때 하나 챙겨서 갔다. 물어보니 스콘을 직접 만들지는 않고 사입한다고 한다.


읽을 수 없는데 어떻게 천천히 읽나. 차분하게 읽으면 읽어져? 다리 부러진 사람한테 심호흡하고 다시 달려봐, 하는 것과 뭐가 달라. 다시 더듬었다. 또 더듬고 또 더듬다가 고개를 숙이고 만다.



어린시절


읽고나니,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나도 어렸을 때 말을 더듬었다. 지금도 조금 흔적이 남아서 가끔 더듬는다. 그리 심하지는 않았다. 머리 속에서 몇번 단어를 되뇌고 나서 말하면, 더듬거리면서도 다시 말할 수 있었다. 긴 문장을 말하는 건 두렵지 않았으나, 첫 글자가 항상 문제였다. 첫 글자에서 한참을 더듬다가 다시 차분하게 머리 속으로 준비하고 말하곤 했다. 이게 가능했던 건 내가 가벼운 말더듬이었기 때문일 거다. 심각한 사람에게는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언젠가 토스트가 내 노트를 몰래 읽어 본 적이 있었다. 왜 남의 허락 없이 읽으냐고 화를 냈더니 그냥 펼쳐져 있어서 읽었다고 자신이 뭘 잘못했냐고 뻔뻔하게 웃었다. 그리고 일기든 편지든 글자로 적힌 것들은 다 읽히고 싶어 한다고 했다. 그래서 네가 쓴 글을 위해서 내가 어쩔 수 없이 읽어 줬다는 되도 않는 말을 했다. 화가 나서 가방에 노트를 집어넣고 있는데 토스트가 작가처럼 말했다.


나는 소심해서 말을 잘 못하는 편이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꾹 참는다. 소심함과 인내심은 비례한다. 가끔은 답답하기도 하다. 그래서 참지 못하고 글을 쓰기도 하는데, 주인공도 비슷하다. 말을 더듬기 때문에 거의 사람들 앞에서는 말을 하지 못하고 대신에 그 울분을 노트에 터뜨린다.


그러니까 네가 이해해. 다 그러려니 해. 그리고 미워해. 마음껏 미워해. 괜찮아. 일기에 죽이고 싶다고 마음껏 써도 되고. 그런데 그걸 말로 행동으로는 하지 마. 기다리면 돼. 나쁜 짓을 하면 언젠가 죄를 받고 죽어야 할 사람은 알아서 다 죽게 된단다.


★★★★★ 재미로 치면 5점이지만, 너무 쉽게 읽혀서 아쉽다. 영화로 만들어지면 더 재미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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