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필로소퍼 2018 2호 _상품화된 세계 속의 인간」
그리고 우리의 관심은 상품들이 만들어 내는 차이의 체계 속에서 내가 어느 곳에 위치해 있는지에 집중된다. 현대인들은 바람과 태양과 곰 대신에 각종 상표와 브랜드를 토템으로 모시는 취향과 소비의 부족을 만들어 냈다. 또 식인종들이 그러했듯이, 상품을 소유하는 것으로 그 상품의 힘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순간 소유는 활용을 압도하기 시작한다. 당신을 '몸짱'으로 만들어 준다는 운동 기구가 어떤 우주적 프로세스를 거쳐 빨래걸이가 되어도 사람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더 새롭고, 더 간편하고, 더 효과적인 새로운 운동 기구가 존재할 것이기에. 그리고 그것만 있으면 나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몸을 금방 가질 수 있을 것이기에.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어딘가에 있을 나에게 딱 맞는 상품을 사는 것이다.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은 1978년에 미국 대중에게 '풍족한 생활'이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물었다. ... 그는 사람들에게 자동차, 텔레비전, 해외여행, 수영장, 별장과 같이 돈이 많이 드는 24개의 목록이 적힌 카드를 주었다. ... 이때 이스털린은 응답자들에게 이미 가지고 있는 물건도 따로 체크하게 했다. 그로부터 16년 후인 1994년에 같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같은 내용을 조사했는데 ...
다시 말해 1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어도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것과 간절하게 가지고 싶은 것의 격차는 여전히 2.5개였다.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2.5개가 부족했고, 이는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놀랍게도 붓다는 중생들에게 성공하고 부자가 되라고 가르쳤다. "모을 수 있는 한 많은 재물을 모으라"고 가르쳤다. 붓다의 제자이자 후원자 중에는 엄청난 부자들도 많았는데, 붓다는 그들에게 어떻게 하면 좀 더 재물을 더 많이 모으고 관리할 수 있는지 실제적인 방법을 가르치고 조언했다. ... 그 속에서 붓다가 선택한 것은 부를 축적하면서 생기는 속세의 행복을 인정하고 독려하는 것이었다.
물론 조건이 있었다. 계율을 지켜 모을 것, 그리고 축적한 재화를 올바르게 사용할 것. 그는 돈을 모으는 과정이 도덕적이어야 한다는 빤한 설교를 넘어, 구체적인 방법을 차근차근 가르쳤다. ... 붓다는 집안의 하인을 대할 때도 도리를 지킬 것을 당부했다. "힘과 능력에 맞는 일을 맡겨라. 합당한 임금을 지급하고, 병들면 치료해주고, 좋은 음식을 제공하며, 제때에 일손을 놓을 수 있도록 하라." '칼퇴근'에 의료보험, 복지까지 섬세히 짚는 시선은 현대 사회에 비교해 보더라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
이제는 어른들이 자녀에게 정기적으로 선물을 쏟아부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시간이 흐르면서 지금의 어른들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되짚어 보는 방식으로 자녀에게 '유익한' 선물을 줌으로써 아이들의 발달 과정 형성을 돕겠다는, 한때 품었던 고상한 목적을 포기한 듯하다. 그보다는 선물을 통해 어른들의 손으로는 거의 통제할 수 없거나 어른들은 잘 알지도 못하는 소비·미디어 기반의 또래 문화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아동 판타지 산업의 '피리 부는 사나이'가 어린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뿐만 아니라 부모가 자신의 과거를 돌아봄으로써 자녀의 앞날을 안내할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을 잃었다는 사실을 시사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