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독서머신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태원댄싱머신 Jul 08. 2019

자존감이라는 아령이 날아왔다

 _윤홍균 「자존감 수업」

 _자존감


어느 순간 서점을 강타한 자존감. 지금은 괜찮아 시리즈가 주름잡고 있지만, 2년 전만해도 자존감 관련 책들이 베스트셀러 코너를 주름잡고 있었다. 위로와 힐링 컨셉은 그대로 유지되는 듯하지만 느낌은 조금 다르다.


자존감 관련 서적들은 자기계발서 느낌이다. 너를 사랑하는게 중요해. 이렇게 이렇게 하란 말이야. 그럼 너도 행복해질거야. 숙제와 시험으로 가득찬 시궁창에서 자존감 책을 집어든 사람들은, 책을 덮으며 과제를 하나 더 받은 듯한 느낌을 받곤 했다.


몇 권 훑어보자. 아이의 자존감.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나에게. 가짜 자존감 권하는 사회. 자존감의 여섯 기둥. 나는 뻔뻔하게 살기로 했다. 심리학, 자존감을 부탁해. 정신과 의사에게 배우는 자존감 대화법. 등등.


 _괜찮아


반면, 최근 유행인 괜찮아 시리즈는 그 과제조차 부담인 사람들에게 안성 맞춤이다. 자존감 따위 없어도 괜찮고, 과제 같은 거 안해도 괜찮다고 위로하는 책들은 에세이 느낌이다. 가볍게 읽히고, 그만큼 남는 것도 별로 없는 책이 대부분인 듯하다. 사람들이 이렇게 좋아하는 게 이해가 안되는 걸 보면, 확실히 나는 대중적인 것과는 거리가 조금 있다.


괜찮아 시리즈는 얼마전 트렌드코리아2019를 리뷰하며 간단히 적었으니 넘어가자. 그냥 아무말이나 다 붙이면 된다. 어색해도 괜찮아, 돌아갈 수 없어도 괜찮아, 뭘해도 괜찮아. 등등. 물론 제목에 '괜찮아'를 넣는 건 일종의 마케팅이기 때문에, 뜬금 없고, 예상치 못한 내용이 나오기도 한다.



지금은 조금 유행이 지난 책, 자존감 수업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넘쳐나는 자존감 책 중에서 과연 교과서급이라 할 수 있다. 재미있는 이야기, 재미없지만 꼭 필요한 이야기, 위로가 되는 이야기 등등 다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책을 특별하게 해주는 것은, 실용성이다.


 _실용성


사람들이 앞다투어 심리학 책을 읽지만, 여전히 나아지지 않는 이유를 설명한다.


하지만 문제를 찾고 해결하기 위해 책을 읽는다는 것만으로도 박수를 받을 만하다. 자신의 심리를 파고들고 해결책이 될 만한 행동을 해봤다면 분명 마음은 회복의 길을 걷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마음이 회복되는 과정은 시간이 걸린다. 때론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을 밟기도 한다. 쉽게 말해 다이어트를 시작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살이 빠지지 않는 것과 같다. 조금 빠졌다가 요요현상이 오기도 하고, 자칫 잘못하면 살은 빠지지 않고 다른 부위를 다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자존감을 회복하는 과정을 몸짱이 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이어지는 비유가 탁월하다. 자존감도 운동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심리학 책만 읽은 사람은 몸짱 트레이닝 교본만 읽은 것과 같다. 트레이닝 교본은 몸이 망가진 이유를 알려주고, 근육 만드는 방법도 알려준다. 하지만 실천이 없는 이론은 지식에 불과하다. 몸짱이 되려면 직접 땀을 흘리고 근육운동을 하는 수밖에 없다. 자존감도 그렇다.


그래서 저자는 친절하게도 짧은 챕터가 끝날 때마다, 마음운동을 해볼만한 가벼운 아령을 던져준다. 그중 몇가지만 소개하겠다.


1. 나에 대해 적어보기. 내가 잘하는 것. 내가 못하는 것. 그리고 타인에게 물어보기. 타인이 말하는, 내가 잘하는 것.

2. 오늘 겪은 일에 대해 적어보기. 그 일을 떠올릴 때 어떤 감정이 떠오르는지. 그리고 괜찮아.라고 쓰기.

3. 내 다양한 역할과 정체성에 대해 적어보기. 그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보기.

4. 내 특이한 점을 적어보기. 타인에게 보여주고 의견 들어보기.

5. 내가 의존적인지, 누구에게 의존하는지 적어보기. 앞으로 무엇에 의지할지 생각하기.

6. 내가 두려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적어보기. 그리고 내가 궁극적으로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기.


재미있어 보이는 질문들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 대부분 귀찮아서 나중으로 미루겠지만, 그래도 해보면 재미있는 경험이 될 거라 확신한다. 나만 하더라도, 책임감이라느니 신뢰라느니, 하는 생각지도 못한 단어들을 들었다. 그런데 막상 좋은 이야기를 들어도, '다른 사람은 나를 잘 몰라', '내 단면만 봐' 하며, 받아들이질 않는다. 이런 걸 보면, 사람은 잘 안 바뀌는 것 같다. (열심히 읽어도 무변화, 무쓸모)


★★★☆☆ 이건 진짜 교과서

매거진의 이전글 도덕은 신과 함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