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그냥 하루를 살았다
살았다 보다는 살게 되었다가 맞을 것 같다
자동사는 없고 피동사만 가득한 내 삶은
엉망진창에 무기력함 그 자체
그 와중에도 교양은 챙기고 싶다고
지식들을 끌어모으고
언어를 정렬하고
말을 다듬고
책을 펴 읽어보려 한다
그림을 쏟아내던 내 노트북은 죽어 잠든 지 오래
내 악기들은 저 구석에서 먼지를 입고
책장에는 언제 샀는지 모를 공책들만 잔뜩
아아
삶이라는 건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통은 싫고, 귀찮은 게 싫어서
그냥 굴러가는 대로 뒀던가
이렇게 밤이 깊어가면
나는 또 이렇게 글을 쓰고
오늘 하루 한 일들 중에서
가장 잘한 일을 꼽으라면
나는 이 글을 꼽을 수밖에 없을 것만 같은
그런 한심한 하루의 밤
방구석 나만의 작은 도서관에
내 이름만이 적힌 나만의 글 사이에서
오늘도 이렇게 신작이 출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