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을 일으키는 글을 쓰는 팁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 책을 읽고
(이유미 작가/ 위즈덤하우스)
글을 읽다 보면 "얘는 왜 일기를 여기에 썼어?"라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경우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것은 공감을 이끌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기와 에세이는 둘 다 '솔직'함을 바탕으로 한다. 그러나, 일기는 일상의 기록이다. 반면 에세이는 '모두가 공감할 폭넓은 의미의 깨달음'이 포인트이다.
첫째, 일기는 의식의 흐름대로 쓴 글이다. 생각나는 대로, 순서대로 쓴 것이다. 하지만 에세이는 내가 느낀 감정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야 한다. 문장 사이의 맥락도 있어야 하고, 그 에피소드를 있는 그대로 쓰는 것에서 마무리 짓는 것이 아니라(여기서 마무리 지으면 일기라고 표현했다.) 내가 왜 그런 감정을 느꼈는가, 즉 왜 화가 났는지 왜 감동적이었는지를 '깨닫는 과정'을 한 번 더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거다. 이 과정에서 독자들은 공감을 하고, 사건을 겪는 건 '나'지만 그 사건을 통해 생기는 감정은 꼭 개인 한 사람만의 것은 아니기에 그런 공통된 감정을 이야기해줘야 한다.
둘째, 일기와 에세이는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의 차이이다. 즉 그 중심이 어디 있느냐에 따라 나 중심(일기 쓰기)이 되느냐, 독자 중심(에세이 읽는 사람)이 되느냐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우리는 일기를 어떻게 하면 더 잘 쓸까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 일기는 혼자 보는 글이기 때문이다. 독자는 오직 나 하나이다. 하지만, 에세이는 누군가가 읽길 바라는 마음에 쓴다. 즉, 독자가 있다는 것이고 그 독자에게 어떻게 하면 더 잘 읽힐지를 고민한다. 그래서 더 고민하고, 자극적인 에피소드를 생각하거나 좋은 글귀를 인용해 넣기도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타인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은연중에 자신을 투영한다. 그러면서 '아, 나도 이런 적 있는데!'라고 한다. 그런 횟수가 잦아질수록 그 작가의 팬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
이에 에세이를 쓸 때 염두에 둘 것이 있다.
1. 내가 느낀 감정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왜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 깨닫는 과정을 정리한 에피소드가 있어야 한다.
2. 사람들이 흥미로워할 글감을 찾고 요즘의 이슈를 떠올려야 한다.
일기는 혼자 쓰는데 만족하면 그만이고, 에세이는 독자의 공감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어떻게 해야 공감을 부를 수 있을까?
이유미 작가는 그 방법으로 '글감/ 인식/ 습관' 이 세 가지를 말한다.
1. 글감: 글감이 좋아야 글의 감이 좋아진다.
- 대단한 것이 아니라 지극히 사소한 것, 즉 구체적인 것에 대해 언급을 한다.
- 메시지(임팩트)가 내포해야 된다. 쉽게 말하면 에세이를 읽고 너무 좋아서 그 책을 타인에게 권할 때, 한 줄 정도로 요약할 수 있는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자면, 자신이 쓰고자 하는 상황에 대해 진지하게 곱씹어 생각하고 쓰는 연습이 필요하다.
- 뭉클('연륜 있는 심쿵'이라고 표현) 해야 한다. 순간의 감정을 흘려보내지 말고 일상의 소소한 상황에서 느끼는 뭉클한 감정을 담아보자.
2. 인식: 쓰기에 대한 생각이 바뀌어야 글이 잘 써진다.
- 필사
- 대수롭지 않게 시작하라, 자료를 갖추지 않고 일단 앉은자리에서 시작하라.
- 가벼운 마음으로 써라. 잘 안 되면 '우리에겐 내일이 있으니 내일 더 잘 쓰면 된다'라고 생각하자.
- 한 편(꼭지)에 2,3가지의 에피소드를 넣어라.
- 화장실 가고 싶을 때처럼 빨리 써라.
3. 습관: 사소하고 뻔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일들
- 메모하기, 꾸준히 쓰기, 퇴고
에세이를 쓴다는 사람은 다들 알법한 내용들이다.
나의 경우,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과연 잘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 어느 정도 진단이 되었고, 개선해야 할 부분을 깨닫게 되어 좋았다. 처음에는 일부만 발췌해서 읽을 생각이었는데, 읽다 보니 Q&A 까지 읽게 되었다.
한 가지 인상 깊은 점이 있어서 바로 적용, 실천하는 내용이 있다.
많은 사람이 그렇듯, 나도 책을 읽으면 대부분을 잊는다.
'아이 셋 키우면서 어떻게 읽은 책인데..
하루 중 유일하게 시간을 내어 겨우 읽은 책인데..
책을 읽으면서 너무 좋아서 꼭꼭 기억하고 싶은 내용인데..
머릿속에 꾹꾹 눌러 담아 필요한 순간
책 읽은 여자 티 내며 술술 말하고 싶은데.. '
늘 다 잊어버리고 만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메모 습관'을 갖게 되었다. 예쁜 양장 노트를 사서 필사를 하고 그때 그때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풀어낸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책도 겨우 읽는데 이걸 언제 쓰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어 노트북에도 기록을 했다. 수기보다는 아무래도 노트북이 속도가 붙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이걸 꺼내보지는 못 한다. 내용이 뭔가 있는데 정확히 기억은 안 나서 찾는 데만도 시간이 꽤 걸린다. 그런데 그 부분을 이 책이 해결해주었다,
바로 필사 후 그 문장을 소리 내서 읽어보고 읽으면서 머리로 이해하고 내 방식대로 해석을 하는 것이다(여기까지는 나와 동일하다). 그다음이 중요하다. 파일을 나눠서 필사를 하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 가족, 타인, 애인, 자식 등에 관한 이야기로 분류하거나 사랑, 질투, 감사, 이해 등으로 나눠서 저장해 놓으면 그때그때 찾아서 인용하기가 쉽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후로, 한글 파일에 폴더를 하나씩 만들어가고 하위로 필사한 글을 저장해 가고 있다.
이 방법은 일전에 내가 공부한다고 했을 때, 누군가가 알려준 비법이기도 하다. 과목별 해당 내용을 영역별로 세분화하여 같은 내용끼리 취합하는 형식인데 이것을 글쓰기에도 적용할 생각은 못 해 봤다. 이것을 다른 말로 지식의 구조화라고도 하는데, 이는 시간이 걸리는 듯 하나, 남의 지식이 아닌 내 지식이 되어 확실하게 뇌새김할 수 있는 전략적인 방법이니 적용해보시는 분들은 좋은 결과가 있어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