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나는 평범한 아기 엄마였고 전직 유치원 교사였을 뿐이다. '어떻게 하면 세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단지 이 질문만으로 육아를 해 왔다. 나름의 내린 결론은, 실컷 놀리고, 사랑을 듬뿍 주고, 눈을 마주치며 키우는 것이다. 특별한 목표도 목적의식도 없이 아이만 키우며 지내던 내가 글쓰기나 책과 이렇게 인연이 닿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첫째 아이의 글쓰기를 봐주던 어느날이었다. 유튜브 영상으로 글쓰기 미션이 주어지던 마지막 날, 아이는 커다란 마침표를 찍은 후 공책을 덮었다.
더이상 선생님의 미션이 주어지지 않으며, 아이가 글쓰기하는 동안 나의 글쓰기 상상 시간이 존재하지 않다는 사실에 내 가슴은 커다란 구멍이 뚫린 것 같았다. 조용한 눈이 한없이 쌓이다가 녹아내려 얼얼해지는 기분마저 들었다. 물수제비뜨려고 던진 돌에 잘못 맞은 개구리처럼 마음 한 켠이 아려왔다. 파도가 잠잠해지고 싶은데 자꾸 출렁이듯 마음속의 물결이 계속 일랑였다. 알 수 없는 이 감정, 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아이의 글쓰기 시간이었는데, 엄마인 나는 아이 곁에서 머리 속으로 함께 글을 써왔던 것이다.
자꾸 노트를 펼치고 싶고 펜을 잡고 싶었다. 머릿속엔 글감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설거지를 하며 창 밖에 나부끼는 나뭇잎이, 손 붙잡고 지나가는 아이와 엄마의 목소리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데 서로 목소리 높여가며 싸우는 한 연인의 목소리가, 화장실에 급히 들어간 나를 향해 열심히 노크하는 아이들을 보며 머릿속엔 수많은 글이 가득 찼다.
'정말 쓰고 싶은데'라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현실은, "엄마, 기저귀~!", "엄마, 배고파.", "엄마~놀자", "엄마! 엄마!" 라고 끊임없이 엄마를 불러대는 아이들로 늘 분주했다. 게다가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생활에 불이 켜졌으니 나의 일상은 이전보다 더욱 쉴새없이 돌아가기 바빴다.
우연히,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알게 되었고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특별히 무언가를 써본 적도 없이 말이다.
처음에는 작가라는 타이틀이 그저 내 마음을 뛰게 했다. 10년을 엄마 소리만 듣고 지내다가 브런치에서 발행한 이메일이 '내 이름 석 자와 함께 《작가님》'이라고 부르니 말이다.
내게 새로운 의미가 부여되었다. 이것이 내 삶의 터닝포인트다. 그리고, 다른 꿈을 꾸기 시작했다.
이젠 정말 나를 찾자고.
한 때는 ‘반드시 출간 작가가 될 거야.’라는 어불성설한 생각을 한 적도 있다. 브런치북을 꼭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브런치북을 써서 수상하면 출간의 기회가 있으니까. 또 브런치북을 쓰고 나면 내게도 수상의 기회가 올 줄 알았으니까. 어디서부터 시작된 자신감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플란더즈의 개>에서 네로가 미술대회에서 자신의 이름을 볼 수 있을거라 기대한 것처럼(물론 네로와 내 실력 차이는 하늘과 땅이지만 말이다).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나의 큰 그림은 출간이 아니다. 출간은 대부분의 작가에게 분명 위시리스트임에는 분명하나, 이제는 내게 부산물일 뿐이다. 나의 최종 목표는
글을 즐기며 쓰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글을 쓰며 나를 찾고 나를 잘 알아가고 싶다. 또한 나의 이 작은 변화와 성장이 주변 사람들에게도 선하게 전해지기를 바라며 나는 또 다른 작은 꿈을 하나하나 세우고 이뤄간다. 물론 꿈을 꾸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행동하기 위해, 글쓰기 땅을 견고히 다지기 위해, 든든한 영향력을 갖추기 위해 지금도 나는 열심히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