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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에 있어도 답답하지 않은 아이들

함께라서 행복한 아이들

by 아시시

아이들이 집에서만 지내다 보니 집에 있는 내복은 죄다 무릎이 헤어졌습니다.

바느질도 한두 번이죠. 결국 적당히 입고, 쭈욱 찢어 반바지로 만들어버렸습니다. 가위로 반듯하게도 아니고, 손으로 부욱 찢어버리니, 실밥이 너덜너덜합니다. 혹은 솜씨없는 가위질로 대강대강 자르니 (좋게 말하면) 예술적인 느낌도 납니다. 옷과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담아, 엄마는 자칭 ‘로빈슨 크루소 반바지’라고 친절하게(?) 이름도 붙여줍니다. 실내에서 지내다 보니 보통은 바닥에 앉아있기 마련이지요. 아이들의 ‘무릎이 구멍 난 내복’에 이어, 제게도 없는 ‘발등 위에 군살’이 베기기도 했습니다. ​


추운 겨울에도 한번 놀이터에 가면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놀던 놀이터 죽순이, 죽돌이가 매일 집에 있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밖에 나갈 생각을 안 하더군요. 코로나 초창기, 코로나를 잘 몰랐을 때 무조건 안 나가던 게 상책이던 때가 있었는데 그게 습관이 되었나봅니다. 어딜 가나 코로나 확진자가 생겨나서 집에 있는 게 최선이라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기에, 마트나 도서관을 엄마가 ‘혼자’ 다녀오겠다고 말해오던 터라, 아이들은 집에 남아 할 수 있는 즐거움을 찾았나봅니다. 나가기 위해 옷을 갈아입거나 외출 후 씻어야 하는 귀찮음을 뒤로하고 집에 머물 때의 편안함을 누려보았기에, 집 안에 있는 것을 더 좋아하게 되었나봅니다. 이 모든 상황이 놀이터 죽순이를, 집 밖에는 나가기 싫은 집순이로 만들지는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사회적 현상이 아니었다면, 과연 아이들이 지금 이 시간에 집 안에 머무는 것을 더 좋아했을까하는 아쉬운 생각도 잠시 해 봅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집에 있는 2층 침대 매트리스를 베란다에 놓으니 아이들의 무제한 방방장이 되었습니다. 요즘은 억지로 밖에 데리고 나가지만, 집 안에 있는 날에는 이렇게 매트리스 위에서 뛰게 합니다. 하나가 아닌, 둘도 아닌, 셋이기에 때론 투닥거리기도 하고, 비좁은 자리싸움도 하고, 돌아가며 삐치기도 하지만, 셋이라 더욱 꽉 찬 즐거움이 있습니다. 오늘도 저는 아이들의 행복한 웃음으로, 해피 바이러스를 누리는 행복한 엄마입니다.


* 주의사항: 밤에는 출입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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