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나이가 들었다. 예전에는 마음에 나이가 있을 거라는 생각 자체를 안 해 봤다. 내면보다는 외면에 신경을 썼던 시간이었다.
'어떻게 하면 나의 결점이 보완돼 보일까?'
'남들 눈에도 괜찮아 보일까?'
'너무 튈까, 너무 심심해 보일까?'
중년이라는 나이에 접어드니, 어느 날 엉덩이가 무거운 느낌이 들면서 슬라임이 흘러내리듯 늘어지기 시작했고 약간 구부러진 채 온몸을 지지하는 무릎을 발견했으며 아이의 체력을 따라가지 못해 몇 번이고 조그만 쉬자고 말하는 나를 발견했다. 외적인 내 모습이 하루하루 달라졌기 때문일까? 이제 내 관심사는 외면에서 내면으로 넘어왔다.
나무의 나이테는, 나무가 '어려울 때'마다 생긴다. 계절에 따라 수분 확보 여부와 관련하여 봄~여름은 연한 색, 가을~겨울은 진한 색으로 말이다. 이제야 내 마음에도 나이가 있고, 그 나이가 들어가고 있음이 보인다. 행복한 인생살이는 나를 미소 짓게, 쓰디쓴 인생살이는 나를 주름지게 하며 그렇게 내 마음의 나이는 깊이를 더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