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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시시 Mar 18. 2024

낙동강 오리알도 아니고

나의 현상황을 빗댄 이야기 한 편

아래 글은 실제 벌어진 일이 아닙니다.

단지 현재 제 상황을 빗댄 이야기 한 편에 불과합니다.

오해없이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여행사에서 분명 인도여행을 하기로 했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원화를 루피로 환전했다. 인도는 벽면 콘센트 모양이 달라서 멀티 어댑터를 준비했다. 다양한 날씨를 고려하여, 더울 때 입을 가볍고 통기성 좋은 옷, 고도가 높은 지역에서 입을 따뜻한 옷을 챙겼다. 많이 걸을 걸 예상해서 편안한 신발도 챙겼다.


여행은 준비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설렘이 7할이다.

'와.. 드디어 인도의 랜드마크인 타지마할을 만날 수 있는 거야? 세계 고대문명의 발상지인 갠지스강에 발을 담궈보는 거야? 요가하는 수행자도 보고?'

부푼 가슴을 안고 공항을 향했다. 짐을 붙이고 탑승하러 이동했다. 혹시나하는 불안감을 해소하고자, 탑승권을 수십번씩 들여다보았다. 승무원에게 목적지가 '인도'가 맞는지 재차 삼차 확인했다. 드디어 비행기가 중력의 힘을 뒤로하고 동력에 모든 것을 맡겼다. 창문 아래로 보이는 레고 조각같은 세상은, 내가 앞으로 여행할 인도에 대한 기대감에 가려 안중에도 없었다. 여행준비한다고 무리해서일까? 몹시 피로해진 나는 급히 꿈나라로 향했다.


잠깐 눈을 감았다 뜬 것 같은데 벌써 도착했는지 사람들이 내리고 있었다. 나도 그 행렬에 꼬리를 물고자, 부랴부랴 윗칸의 짐을 내려 따라 걸었다. 승무원과 반갑게 인사하며 내린 곳에는 수많은 군사들이 총대를 겨누고 있었다. 우린 자발적 인질이 되었다. 기장이 북한을 택한 거다. 자기 마음대로. 자기 좋을대로. 북한으로부터 큰 몫을 챙긴 가방을 보며 매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는 여행에 대한 상실감 이전에, 한 사람에 대한 배신감으로 마음이 찢겨버렸다.


대체 왜? 우리는 자유롭게 누리고 그 안에서 배우고 성장할 생각 뿐이었는데, 어쩌다 총부리에 숨이 막혀버릴듯한 인질이 되고만 것일까? 우리 부부만 있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하지만 사랑하는 세 아이들도 있는걸. 인도여행 싫다고 우기던 아이들을 겨우 설득시켜 한 비행기에 탔는데, 목적지가 확 바뀌어 버린 것이다. 일방적으로.


낙동강 오리알도 아니고.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지? 왜 여기에서 이러고 있는 거지? 내가 원한 건 이게 아닌데. 할 수 있다면, 이 상황을 빨리 돌이키고 싶다. 차라리 악몽이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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