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시시 Sep 24. 2024

우리는 지금도 오만함과 편견 속에 살고 있지

[북리뷰]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

재산깨나 있는 독신 남자에게
아내가 꼭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다.

이 소설의 첫문장이다.

유명한 문장답게 편견으로 가득 차 있다.


<오만과 편견>은 18c 후반~19c초 영국을 배경으로 한다. 외적으로는, 베넷 일가 딸들의 배우자를 찾는 과정을 다룬 연애소설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로맨스 소설의 원조급이 될 지도 모르겠다. 젊은 남녀의 사랑 이야기, 현실적 어려움을 넘어 사랑을 이뤄낸 이야기 등 말이다. 그러나 그 정도로 치부하기엔 소설이 주는 의미가 크다. 내적으로는, 400여년 전의 시대상을 고스란히 담은 점, 주인공의 사랑이 지배-피지배의 관계를 넘어 동등한 파트너의 관계로 양립했다는 점, 현실의 문제점(과거에도 현재에도 만연한 수많은 편견 그리고 오만함을 소재 삼아)을 근본적으로 비판하고 성찰하는 태도를 담았다. 주인공들의 깊은 관찰력 또한 인상깊다. 그 밖에 여러 이유로, 이 책은 대중에게 오랜 기간 사랑받지 않았을까.




이 소설의 저자 제인 오스틴은 영국의 작은 마을에서 목사인 아버지의 자녀 8명 중 일곱째이자 둘째 딸로 태어났다. 당시 대부분의 딸은 시집을 가거나 형제, 친지에게 도움을 받으며 살았다. 할 수 있는 경제적인 일이라곤 가정교사 뿐이었다. 그러니, 제인 오스틴은 결혼을 하지 않았을 뿐더러 집필작업까지 했으니, 당시 '평범한' 여성은 아니었을 것 같다. 더욱이 그녀의 공식적인 교육은 7~11살 까지 약 3년 동안 근처 기숙학교생활이 전부다. 이런 그녀가 작가가 될 수 있던 바탕은 독서와 예술을 즐기는 가정 분위기 영향에 있다.


전 그런 말씀은 드리지 않았습니다.
저는 다만 영부인이건 누구건
저와 전혀 관계없는 사람의 생각에 휘둘리지 않고
제 행복을 위한 길을 제 생각에 따라 선택할 겁니다.


캐서린 영부인이 자신의 조카 다아시와의 결혼설을 확인하고자 리즈를 찾아온다. 브루주아 계급의 영부인 앞에서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고 정당발언하는 리즈(를 통해 저자 제인의 모습이 투영되기도 한다). 그녀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는데, 영부인은 그녀의 말을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고 조롱하기까지 한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오만과 편견이 통째로 담겨있다. 이는 등장인물들에 국한하지 않는다. 독자를 비롯한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200년 내리 사랑받는 이유이자, 앞으로도 사랑받게 될 이유는, 순간순간의 오만함과 편견 속에 살아온 독자의 삶을 비쳐볼 수 있어서다. 또한 이 책이 주는 밝은 에너지는 제인 오스틴의 글에서 볼 수 있는 매력 포인트다. <오만과 편견>은 제인을 닮아 밝고 재치있고 힘이 있다. 저자의 말대로 “이 작품은 너무 가볍고 밝고 반짝거려서 그늘이 필요한.” 책이다. 과거에 브론테 자매에게 큰 영향이 있었듯, 이 책은 앞으로도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그 영향을 이어갈 것이다.



*** [매일 15분 책읽기 인증방] 멤버 모집 중입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 [서평] 무거운 짐을 벗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