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엔 내가, 기억 속엔 엄마가

그 사진의 소유권

by 아시시

신혼 초, 부모님을 뵈러 남편과 친정을 찾았다.

함께 모여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다, TV선반 아래로 앨범에 시선이 갔다.


자기야, 우리 앨범 볼까?


사진첩을 한 장 한 장 넘기다보니 내 어린 시절 사진들이 보였다. 얼굴 생김새를 보아하니 여섯 살 무렵이다. 높다란 언덕배기 위에서 사촌동생과 어깨동무를 하고 있었다. 사진 찍어준 누군가(아마도 엄마)를 향해 시선은 아래로 향했다.


이 사진 오랜만이다.


맛있는 빵이 있으면 냉큼 손을 뻗어 부드러운 빵을 집어먹듯, 내 손은 이미 앨범 속 사진을 향했다. 세상에 두려움 모를 시절, 나를 든든히 지켜주는 부모님이면 충분했을 바로 그 때의 아득함이 아마도 좋았나보다. 이내, 공기를 채우는 엄마의 목소리는 내 행동을 이전으로 돌려 놓았다.


그걸 왜 가져가.


엄마는 사진첩 속, 내 행동에 브레이크 걸었다. 내 사진인데 엄마는 왜 뭐라고 하는 거지. 잠시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감정 상하고 싶지 않아서 사진을 원래 자리로 정돈했다. 핸드폰으로 찍으면 되니까.

내 모습이 담긴 사진이니 당연히 내 사진이라고 생각했다. 가만 생각해보면, 그건 형태에 불과하다. 내가 본 건, 사진에 있는 내 형상일 뿐이다. 하지만 기억은 없다. 사진 속 이야기, 사건, 환경, 정서는 엄마의 기억 속에 있다. 사진 속 인물은 ‘나’란 사람이라 내 소유가 되어야할 것 같지만, 그 사진은 엄마 인생, 즉 엄마의 소유인 것이다.



당시, 목소리 높이지 않고 한 발 물러선 것에 대해 후회가 남지 않았다. 내가 한 발 물러섬으로 인해 엄마의 삶을 인정한 셈이 되었으니. 내가 부모 곁을 떠나지 않은 이상, 나의 삶은 부모의 연속선상이다. 결혼과 동시에 나도 내 삶을 살고, 자식이 내게 속한 삶을 살고 있다. 나의 자녀들도, 수많은 내 앨범 속에 등장한다. 세 아이는 이전의 기억이 없다. 나 혼자 기억한다. 아이들에게 설명을 덧붙이면 그제서 남의 이야기듣듯 말한다.


아,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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