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규칙 1. 집안일 전담

방학 규칙의 시작, 집안일

by 아시시

명절을 보내고 집에 돌아왔다. 도착하자마자 한 일은 집정리다. 나는 집 안에서 전체적인 정돈을 도맡고 저녁준비도 한다. 아이들은 자신의 짐을 풀어, 빨래할 것은 세탁기에 넣고 책이나 색종이 등은 제자리에 정돈한다. 지저분해진 차 안을 정리하는 것은 남편과 아이들의 몫이다.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었다.


세 아이를 기르다보니, 제 때 정리하는 법을 가르칠 여유가 없었다. 첫째에게 물건을 제자리에 정리하자고 알려줘야 하는데, 둘째가 자꾸 불러댄다. 둘째에게 반응을 해 주려고 하는데 셋째가 칭얼대며 부른다. 결국 첫째는 놀이 후 이미 다른 놀이를 향했다. 늘상 이런 식이었다. 가르치는 것보다, 차라리 마음을 비우고 내가 싹 치우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이는 나만의 방법이었고, 정리 시간이 훨씬 빨라서 내 몸도 더 편했다.


첫째가 커가면서, 동생들이 함께 커갔다. 아이들의 장난감은 세제곱으로 쌓여만 갔고, 나는 결국 인정했다. 이건 혼자 감당할 수 없는 거라고. 아이들이 스스로 정리를 해야한다고 말이다. 아이가 정리 다했다고 말하면 아이의 정리한 모습을 보며 격려해주었다. 사람의 반복적인 행동이 습관으로 고착하기까지 최소 21일, 평균 66일이 걸린다고 한다. 하루 아침에 습관이 생길 수 없으니 인내심을 갖기로 마음 먹었다.


첫째와 둘째가 각각 초등 5학년, 2학년이 되었을 때, 집안일을 본격적으로 맡기기 시작했다. 한때는 집안일이 엄마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가만보면, 집안일은 가족 구성원이 공동으로 하는 게 맞다. 밥 먹는 일, 세탁하는 일, 청소하고 정리정돈 하는 일은 엄마 혼자하는 일이 아니다. 엄마의 희생과 독점을 요하기엔 사회적 구성원이기도 한 나의 짐이 버겁다. 아이들이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면 오히려 사회화 과정에 한걸음 참여하는 나아가 책임감을 배우게 될 것이다.


아이들이 집안일을 한다면, 집안 일을 하는 도중에 단 1초라도, 그동안 엄마의 섬김을 경험하여 감사할 수 있다. 주어진 일을 했을 때 일처리하는 방법을 통해, 삶을 살아갈 때 마주하는 문제 해결력과 끈기를 배우게 될 것이다. 가족 구성원으로서 집안일을 해냈다는 성취감을 얻을 것이다. 아이들의 집안일은 독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삶을 잘 살도록 득이 된다.


할머니집에서 설거지에 도전하는 막내 & 점심으로 라면 끓이는 초등4학년 아들


이번 겨울방학, 아이들은 예비 중2, 예비 초5, 예비 초2가 되었다. 나는 일할 시간이 필요했고, 아이들은 시간이 많아졌다.


“이제 설거지는 너희들이 돌아가면서 해야 해.

누가 오전, 오후 설거지 할래?”


선택이라는 이름을 빌려 강요했다. 아이들은 이내 반발했다.


“이건 아니지. 방학인데 왜 설거지를 맨날 해!”

“방학이니까.

엄마는 일할 시간이 줄고, 너희 시간은 늘었잖아.”


1호와 2호의 입은 여전히 나왔지만 결국 순번을 정했다. 이어서, 재활용 쓰레기와 일반 쓰레기 당번, 블라인드 내리는 당번, 식탁과 거실 정리 담당을 정했다. 겨울방학 6주째, 아이들은 자신의 역할을 수행 중이다. 집은 전보다 정돈되었다. 개학이 다가오는 게 살짝 아쉬울 정도다.


방학이라 많은 아이들이 학원에서 시간을 보낸다. 아이들이 할 일은 공부라고 생각하여 집안일에서 배제시키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집안일은 공부를 방해하지 않는다.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또 하나의 과목인 거다. 비록 점수를 매기지는 않지만, 끝까지 책임지고 성실하게 임할 때 얻는 성취감, 그것보다 더 좋은 결과가 또 어디있을까. 아이들이 삶을 사는 능력을 배우는 동안 엄마인 나, 그리고 우리집은 서로의 노력과 수고에 더 단단해진다. 아이에게 집안일을 맡기는 일은 엄마의 권리를 회복하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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