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해."라고 말이 "벌써 하루가 다 갔어!"로 바뀐 3호,
시간의 흐름에 바쁘게 혹은 여유를 누리기도 하는 2호,
이불과 한없이 화친조약을 맺더니 운동의 필요성을 느껴 밖으로 나가기 시작한 1호.
무엇이 이 아이들을 움직이게 했을까?
방학이 되니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는 아이들과 나 사이에 긴장감이 돌았다. 일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일일이 지적하거나 관리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더욱이 1학년인 막내는, 엄마가 달가워하지 않을 것을 알기에 패드 사용도 못 하고 심심하다는 말을 내뱉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있었다.
도서관.
어차피 일 때문에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없다면 차라리 도서관으로 출근을 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겨울방학을 위해서, 또 내 멘탈관리를 위한 이유에서다. 체력의 한계를 자각하던 1호의 대찬성, 누나 따라 동의하는 2호,
“언니, 오빠, 엄마와 함께라면 어디든 좋아.”라고 말하는 3호와 함께 매일 도서관을 찾기 시작했다.
건강을 생각해야 하니 우선 도보로 갈만한 곳을 떠올렸다. 도서관에 가서 일할 내 노트북, 도서관에서 빌려올 책을 담을 카트가 필요했다. 아이들에게 단비와 같은 간식거리도 필요했다. 도서관에 가는 5의 배수가 되는 날은 평소에 먹지 않던 컵밥을 준비해 가서 아이들의 마음에 즐거움을 더했다.
도서관을 다니기 시작하자, 3호의 입에서 심심하다는 말이 사라지고 오히려 시간이 빨리 가버렸다는 말을 들었다. 바쁜 일상을 마치고 종이접기를 하다가 이따금 '뭐 하지?' 말하던 2호는 조용히 책을 본다. 체력이 한없이 바닥으로 떨어진 것을 느낀 1호는 매일 도서관을 가면서 체력이 조금씩 회복되는 것을 느꼈다. 스마트 기기로 더 이상 신경전 벌일 일이 없어졌다.
집에서 컴퓨터로 일만 하던 엄마, 그리고 각자의 시간을 보내던 아이들. 함께 7000보 거리를 걸었다. 그 발걸음은 소풍을 가듯 경쾌했다. 길가의 치즈 고양이를 보며 아이들의 고양이 언어도 들어보았다. 한파에 잃어버린 3호의 목도리를 찾으러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도 했다. 서로 카트를 밀겠다고 고집을 부리기도 하고, 번갈아가며 잡기도 했다. 엄마 옆자리를 차지하겠다고 버티는 막내와, 그걸 갖고 자리다툼하는 아이도 있었다. 비록 다 읽지는 못해도 매번 빌려오는 도서관 책을 읽고 보며 마음이 든든해졌다.
잠시 각자의 시간을 보내다가 도서관을 통해 다시 하나 되었고, 각자의 책을 통해 또다시 자기만의 세계로 들어갔다. 잠시 고개를 들면, 각자의 책 위로 각자의 얼굴이 보인다. 같은 공간에 앉아 있지만 저마다 다른 세계를 여행 중이다. 방학이 끝나도 이 풍경만은 기억에 남겠지. 함께 걸어가던 7000보와 돌아오는 길에 만난 고양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