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고 축복해!"
우리 집 아침 인사다. 언젠가 TV에서 가수 션이 나왔다. 자녀들에게 '사랑하고 축복해.'라고 인사하는 게 마음에 남았다. 사랑이 담기고 심지어 축복의 언어까지 더해지니 인상 깊었다. 그날 이후, 아이들에게 사랑하고 축복한다고 말했고, 그게 우리 집 아침 인사가 되었다.
나는 막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해마다 성경일독을 했다. 올해로 열 번째다. 새벽에 눈을 뜨면 따뜻한 물 한 잔을 마시고 성경을 펼친다. 해도 뜨지 않은, 세상이 조용한 시간에 말이다.
첫째가 워낙 동생들과 우애 있게 지내서, 내가 성경 책을 들고 끼어들 자리가 없었다. 동생들이 조금 더 자라길 기다렸다. 둘째가 초등 입학하던 해, 함께 통독을 시작했다. 각각 초등학교 4학년, 1학년이 되었을 때다. 동생이 더듬거리며 읽는 걸 보고 첫째가 답답해했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이제는 막내가 그 자리에 앉아 있다. 셋째는 세 아이 중에서 글을 가장 늦게 뗐다. 그래서 더 느긋해지기로 했다. 이번 겨울, 넷이 한자리에 모여 앉았다. 성경 책 네 권이 식탁 위에 놓였다.
얼마 전, 잠언 31장 통독이 끝났다. 저마다의 속도대로 한 구절씩 돌아가며 읽는다. 나머지 세 사람은 눈으로 읽는다. 마지막 절은 한목소리를 낸다. 호흡을 같이하며 하나 되는 시간이다. 통독은 지식을 많이 알아야 하는 것도, 공부를 해야하는 것도 아니다. 말씀을 읽고, 나누고, 서로를 위해 기도한다. 방향을 맞추고 마음 밭을 고르게 한다. 통독은 우리를 같은 결로 맞춰주는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첫째와 둘째에게 때때로 사춘기가 올라와 난감한 상황이 생길 때가 있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방문을 걸어 잠그거나, 혼자 단절되어 지내지는 않는다. 아마도, 함께 읽은 시간을 통해 서로에게 보이지 않는 끈이 연결되었나 보다. 어딘가 편안하고 안락한 그런 기분. 이런 걸 일반적으로 '안온하다'라고 말하고, 신앙적으로 '평안하다'라고 말한다. 안온함은 환경이 조용한 것이고, 평안함은 환경과 상관없이 마음이 단단하여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개학을 앞둔 지금, 다시 각자 읽기로 했다. 막내는 함께 통독으로 시작했는데, 이제 혼자 읽기 시작한다. 처음에 성경 읽자고 했을 때 얼굴을 찌푸렸는데, 지금은 편안한 표정으로 성경 책을 펼친다. 함께 한 시간은 또 한 장의 추억이 되어, 결국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
아이의 모든 것은 부모의 손을 잡고 시작한다. 그러나, 결국 각자의 손으로 성경을 펼쳐야 한다. 신앙은 기다림 속에서 자란다. 홀로서기는 그렇게 조용히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