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만큼 자라는 아이

오늘도 아이에게 배우다

by 아시시

아들! 유치원 잘 다녀왔니? 오늘 공원에서 생태 체험한다더니 어땠어?

거미에 대해 알아봤어요. 이 길 따라 가는데 선생님한테 “여기, 거미줄 있어요!"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선생님이 그냥 가서 말 못 했어, 나 3개나 찾았거든요.

그래? 잘 됐다! 아까 찾은 거미줄을 엄마한테 보여주면 되겠네!


둘째는 신나서 엄마와 손을 붙잡고 걷는 내내 거미줄을 찾았습니다. 보통은 세 아이와 함께 다니지만, 그날은 특별히 둘째와 데이트아닌 데이트를 하게 되었습니다. 9살인 첫째와 두돌쟁이 셋째가 집에 있겠다고 하더군요. 다만 셋째는 아직 두 돌이 지난 갓꼬맹이라 걱정이 좀 되었습니다.


근데 말이야, 누나랑 동생한테, 놀이터 들렀다 올 거라고 말해 놓고 나오긴 했는데.. 좀 오래 있었던 것 같아.. 누나는 그렇다 치고.. 시아가 괜찮을까?

누나가 있잖아.

혹시 누나가 다른 일에 집중해서 시아 신경 안 쓸 수도 있잖아.. 얼른 들어가 봐야 하는 거 아니야? 혹시 놀다가 넘어져서 다치기라도 하면..? 집에 전화도 없어서 엄마한테 연락할 수가 없는데..

엄마..! 한번 믿어보자.
누나도 시아도 다 잘 있을 거야!



어디서 이런 믿음이 솟아나는지! 아이가 워낙 다부지게 얘기하길래 나도 몰래 든든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이는 믿는 만큼 자란다고 하지요? 한번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둘째의 한마디로 저는 불안한 마음이 눈녹듯이 녹았습니다. 그렇게 한시간 반을 놀이터 데이트를 했습니다. 엄마와의 기회를 놓치지 않을새라, 둘째는 속사포의 수다를 쏟아내었습니다. 이렇게 말이 많은 아이였나싶을 정도로 말이죠. 출출해진 아이가 드디어 집에 가자고 말하더군요.


과연 집에 있던 두 아이의 모습은 어땠을까요?


울며불며 엄마를 맞이할거란 나의 생각과 달리 집안은 너무나 평안했습니다.

오히려 환하게 웃으며 저를 맞이하는 두 아이였습니다.

이어서 둘째가 말했죠,

거봐 내가 믿어보자고 했지?

역시 아이는 믿는 만큼 자라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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