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기
근무 당시, 한 학부모가 상담을 신청해 왔습니다.
선생님, 우리 열음이가 다른 남자애들이랑 좀 다른 것 같아요.
단번에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습니다. 열음이란 아이는 6살 남자아이인데, 다른 남자애들과 달리 다소곳이 앉아있고 웃을 때에도 한 손으로 입을 가리고 호호 웃을 때에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런 특징적인 몇 가지를 빼놓고는 지극히 다른 남자 친구들과 같았습니다. 그래서 말씀드렸어요.
제가 보기엔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 다른 남자 친구들과 특별히 다른 것에 관심을 갖거나 어머님 걱정하시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아요. 혹시나 해서 여쭤보는데요, 열음이가 어머님과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지요?
네, 다들 엄마랑 주로 시간을 보내겠지만 저희 집은 특히 더 그래요. 남편이 지방에서 일을 해서 거의 주말에 잠깐 볼까? 아무래도 집안 여건상 24시간 저와 지내요.
열음이는 평소 열음이 엄마와 말투, 특징적인 제스처가 똑 닮은 아이였습니다.
부모는 자녀의 거울
아이에게 있어 부모는 어떤 존재일까요?
부모는 단순히 먹여주고 재워주고, 공부시켜주는 존재가 아닙니다.
갓 태어난 아기가 가장 많이 보는 얼굴은 주양육자(이하, 엄마라고 가정하겠습니다)입니다. 엄마의 살 냄새를 많이 맡고, 엄마의 목소리를 많이 듣고, 스킨십, 상호작용 등 수많은 교감을 통해 아이의 뇌는 더욱 자극됩니다. 감각을 통해 얻어낸 모든 것을 스펀지처럼 흡수합니다. 아이의 롤모델은 아무래도 엄마가 되기 마련입니다. 아무래도 많은 시간 함께 보내기 때문이죠. 아이의 말, 생각, 사고방식, 심지어 행동까지도 아이는 롤모델인 엄마를 닮기 마련입니다. 유치원, 어린이집에 들어가기 전의 유아의 모습을 보면 유독 엄마의 말투를 닮은 아이를 통해 확연히 할 수 있습니다.
기관에 들어가기 전까지 영유아기는 1차 양육자의 영향이 크고 차츰 2차, 3차 주변인의 영향이 커집니다. 그러나 여전히 엄마, 부모의 영향권 아래 자녀들은 성장해 갑니다. 9년째 전업주부로 지내 9년째 육아 중인 저는 그 사실을 몸소 경험해왔습니다. 수업 때 들은 부모는 자녀의 거울이라는 이론이 육아라는 실전에 돌입하면서 진리였음을 하루하루 깨달았습니다. 우리만 자녀들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걸까요? 아니요, 우리 자녀들 또한 우리를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알게 모르게 우리의 많은 부분이 닮아 있습니다. 집에 들어서 마자 옷을 아무 데나 벗어던지는 것, 옷을 입을 때 부랴부랴 옷을 갈아입느라 미처 정돈하지 못하고 집을 나서는 것, 소리 내어 밥을 씹어먹는 것, 물을 마시고 꼭 냉장고에 넣지 않는 것, 빵을 먹고 나면 빵 봉투를 꼭 열어 놓는 것, 한번 입은 옷은 반드시 빨아야지 두 번 세 번 재활용(?)해서 입으면 큰일 나는 줄 아는 것, 혹은 이 반대의 경우들처럼 말이죠. 지금은 아닌 것 같아도 잘 생각해 보세요. 분명 당신의 유아기 때는 지금과 달랐을 수도 있습니다. 말이든 행동이든 자녀 앞에서 신중해야 합니다.
좋은 부모란 어떤 부모를 말하는 걸까요?
자녀가 핸드폰과 같은 미디어 기기를 지혜롭게 사용하도록 '최소한' 아이들 앞에서 핸드폰 등의 사용을 자제하는 것, 자녀에게 정리의 습관을 물려주고자 몸소 정리하기를 실천하면서 자녀와 '함께'정리하는 것, 반찬 투정한다고 타박하지 않고 먼저 감사하며 먹을 수 있는 것, 얘는 왜 이 모양이냐며 아이의 단점을 들춰내기보단 장점을 칭찬해서 긍정적인 삶을 살아가게 도와주는 것, 지적질해서 아이가 죄책감을 갖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수로 하여금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생김에 즐거워해 줄 수 있는 것.. 이런 게 좋은 부모가 아닐까요? 잔소리에서 그치지 않고 함께하는 것. 권위적으로 명령하지 않고, 자녀를 거울삼아 움직일 줄 '알고 행하는' 것 말이지요.
물론 모두 다 할 수는 없습니다. 의욕에 넘쳐나서 이것저것 시도하다가는 시험에 들뿐입니다.
꾸준히 한결같이 밀고 나아갈 수 있는 한 가지부터 시작하세요.
본래 습관이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형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최소한의 습관 형성에 21일부터 시작해서 1년은 지속되어야 '습관'이 잡히는 법이니까요.
첫째가 초등학생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째가 나를 어떤 시각으로 볼까?
엄마는 어떤 사람, 무엇을 하는 사람으로 여길까?
그렇게 제 모습을 처음으로 들여다보았습니다.
아이의 눈에 비친 제 모습은, 막내 기저귀 갈아주고 설거지하고, 청소와 빨래하기에 바쁘고, 자신은 꾸밀 줄도 모르는 그런 사람일 것 같았습니다. 그야말로 아줌마 그 이상의 본받을 점이 제 눈엔 없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눈이 아직은 순수한가 봅니다. 아이들과의 시간을 즐기는 제 모습을 아는지, 존경하는 사람 1순위가 '엄마'라고 하더군요. 저는 제 자신이 참 답답하고 한심해 보이기도 했는데, 이런 딸아이의 말이 제 자존감을 높여주더라고요. 아마도, 몸은 고되지만 늘 지금 이 순간은 훗날에 몹시도 그리워할 오늘이 될 줄을 알기에 아이들과의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는 제 노력을 알아주나 봅니다.
당신은 당신의 자녀에게 어떤 거울이 되고 싶은가요?
당신은 노력하지도 않으면서 당신이 그려놓은 틀 안에 아이를 우겨넣으려고 하다가 엄마와 아이, 서로 힘들어하지는 않았나요?
오늘, 아이에게 어떤 거울이 되어줄 수 있는지 고민해보면 어떨까요?
한 가지를 정해서 실천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