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는 고행의 길

아픈만큼 성숙하다

by 아시시

전업주부 9년 차인 제 이야기를 들으며,

더욱이 돈도 들지 않는 육아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하는 분도 계실 거고, 가슴이 답답해지는 분도 계실 겁니다.


이쯤이 되면 의문이 안 들 수가 없죠.

날더러 성인군자가 되라는 거야? 돈도 안 들이고, 뭐 이것저것 시키라는 것도 아니라 좋은데

결국 엄마 마음 다스리기 하라는 건가 싶죠?


네, 맞습니다.

제가 여태껏 육아를 해 오면서, 또 앞으로 육아를 해 가면서 느낀, 진리 아닌 진리가 있습니다.




육아의 참 의미

육아는 육아(育兒)가 아니라 육아(育我)다


이번 글을 쓰면서, 지난 9년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는 여태껏 '어떻게 하면 아이를 잘 기를 수 있을까?' 생각하며 키웠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습니다.

아이는 그냥 두면 스스로 알아서 잘 큽니다. 생명의 지장이 없는 선에서 넘어지고 다치고 실수하게 두면(오히려 그렇게 내버려 둘 때) 더 잘 크더라고요.


카더라 통신이 뭐라고, 카페 맘이 뭐라고, 옆집 엄마가 뭐라고, 학부모가 뭐라고..

말말말로 인하여 엄마는 한도 끝도 없는 쉴드를 쳐가며 엄마의 그림 안에 아이를 집어넣습니다. 아이를 닦달하고, 다그치고, 다른 아이와 비교하고, 사교육의 현장으로 투입시킵니다. 아이는 점점 작아집니다. 눈빛이 흔들립니다.


그거 아세요?

엄마의 그려놓은 틀 안에 아이가 점점 들어올수록 아이의 창의력과 꿈은 점점 사라지고,

서로에게 주어질 스트레스는 한없이 커지고,

결국 그 갭이 너무 벌어져 나중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하게 될 거란 사실을요.


육아는 육아(育兒)가 아닙니다.

육아(育我)입니다.

아이를 기르고 가르치는 일이 아니라 엄마인 내가 아이를 통해 배우고, 성장하는 시간입니다.


내가 더 열심히 살 수 있는 이유


과거에 제 하루 일과는 이랬습니다.


아이가 일어나는 시간까지 최대한 누워 자기,

일어나 배고프다는 아이에게 밥 주기, 학교 유치원 보내기, 보낸 시간 동안 집안일하기,

그러다 보면 돌아오는 아이들 시간 맞춰 한 명 한 명 픽업하기,

놀이터에서 놀겠다고 하면 놀게 하기, 집에 와서 간식 주기, 정리하다 보면 찾아오는 저녁 준비 시간,

밥 먹이고 부랴부랴 설거지 마치기. 이것도 할 수 있으면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즉 희망사항이죠.

대부분의 날들은 엄마 손을 당기는 막내로 집안은 그야말로 집안꼴은 말이 아닙니다. 그야말로 난장판인 상태로.. 그대로 잠자리로 향합니다. 아이들이 뒹굴거리다가 잠들기 때문에, 피곤한 엄마는 보통 아이들보다 먼저 잠들기 십상입니다. 혹은, 눈치 없는 막내가 잠든 엄마를 깨워 물 달라, 쉬했으니 기저귀 갈아달라, 배고프니 우유 달라.. 아주 멍멍이 훈련이 따로 없습니다. 그것도 고강도로 말입니다.


사실 저는 잠이 많습니다. 아니 핑계일 수도 있지만 아기 엄마는 원래 잠이 많은 법입니다. 막내가 어려서 수유도 했었고 단유 후에는 밤에 깨어 울거나 하는 등의 일이 반복이라 늘 피곤했지요. 늦잠자도 되는 주말에 남편이 혹은 아이가 자고 있는 나를 깨우면 그게 그렇게 억울하고 분했습니다. 아이가 일찍 일어나면 너무 힘들었습니다. 최대한 잠을 자려 애쓰는 사람이었죠. 그게 저한테 할 수 있는 최고의 보상이었으니까요.


이렇게 몇 년을 보냈습니다. 하루하루 아무 생각 없이 살고, 아이들만 바라보며 사는 제가, 아이에게 좋은 엄마로 비치고 싶은 생각에 책을 손에 쥐게 된 어느 날, 정말 책이 좋아졌고, 그 책을 읽기 위해서 수중에 리모컨을 숨겨두기 시작했습니다. 40년을 TV중독으로 살다가 한순간에 끊어버린 거죠. 또, 새벽 기상을 실천했습니다. 1년째 새벽 4시 기상 중인 저는 이 새벽 기상이라는 좋은 습관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새벽 기상의 맛을 알아버렸기 때문입니다. 타의에 의한 것이 아닌 자의에 의한, 바로 나만의 힐링의 시간입니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가장 행복한 시간! 잠을 사랑하는 내가 잠을 포기할 만큼 나를 나로 만들어주는 값진 시간임을 말입니다.




제가 만약 육아를 하지 않았더라면, 그것도 세 아이를 키우지 않았더라면 이런 변화가 생겼을까요?

육아를 했기에, 이런 갈급함이 생겼고, 그래서 저를 돌아보게 된 것입니다. 육아는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육아는 엄마라는 이름을 달아주는 순간 나를 성장하게 해 준 원동력이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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