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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Jul 30. 2020

2번의 사건

깊은 슬픔에 대해서


배우 류승범은 본인 아이의 탄생을 보고 말했다.

"생명의 탄생보다 더 큰 사랑과 경이로움은 없다고"

사실 배우 류승범뿐만 아니라, 자식의 탄생을 보고 다 그렇게 느낄 것이다.

그리고 가장 강한 인력으로 붙어 있을 것이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 관계가 끊어졌을 때, 가장 강한 슬픔이 그 틈을 밀고 들어온다.


아버지가 자살한 거 같다는 출동벨이 울렸다. 발견한 사람은 초등학교 6학년 딸아이다. 출동하면서 유선상으로 우는 신고자에게 특별히 정보를 얻기도 애매하고 위로도 해줄 수가 없었다. 현장에 도착했다. 아버지는 방에서 멀티탭을 이용해서 목을  자살했다. 딸아이는 그 장면을 보고 울면서 신고를 한 것이다. 알고 보니 아버지는 어머니와 이혼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세상을 떠난 아버지는 몇 시간 전에 딸아이에게 수십 통의 전화를 했다. 수업 중인 딸아이는 전화를 받지 못했다. 아버지는 이불로 가려졌고 딸아이의 지인은 일을 처리한다. 딸아이 보고 친구네 가서 있으라고 말을 했으나, 그냥 현관문에 있겠다고 했다. 친구 집에 가 있으라고 하는 것은 사실 그 슬픈 모습을 우리 눈에서 멀어지게 하려는 심사도 있었을 것이다. 경찰이 왔다. 일을 처리한다. 수사대가 온다고 한다. 여전히 딸아이는 울고 있다.


새벽 3시 또 출동벨이 울렸다. 문 잠김 신고였다. 어떤 신고든 최악을 가정해야 한다. 구급대와 구조대가 각각 다른 곳에서 출발하여 같은 시간에 도착하였다. 문 잠김 신고였는데 중요한 것은 문 안에 6개월짜리 아기가 있다는 것이다. 구조대는 최선을 다해서 문을 개방했다.  물리적으로 약한 곳을 파괴하면서 문을 개방하는 것이라 쉽지는 않았다. 아이 어머니와 친구는 몇 시간 전 무슨 일 때문에 외출 후 들어왔고 번호키 비번을 바꾸었다가 비번이 기억이 나지 않는 상황인 것이다. 아이는 안에서 울고 있었다가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어미니는 아이가 안 운다면서 어떡하냐면서 울기 시작했다. 울음은 진공을 허락하지 않는다. 구조대원 보고 위층에서 로프 타고 내려오면 안 되나고 말을 했다. 작업에 열중하고 있던 구조대원은 땀을 닦으 말했다.

"지금 이 방법이 가장 빠릅니다."

곧 현관문이 열렸다. 영아는 아이용 매트에 뒤집혀 있었다. 어머니는 아이를 들어 안았다. 그리고 또 울었다.  100일 전후로 뒤집기를 할 때, 사망한 사건을 2명 경험한 나로서는 아기용 매트를 손을 눌러보았다. 너무 푹신거렸다. 어머니 친구를 불러서 조심스레 딱딱한 요로 바꾸라고 이야기했다. 주방에는 소주병이 가득했다. 왜 새벽 3시에 번호키를 바꾸려 했을까? 짐작은 가지만 추측일 뿐이다. 이번에는 운이 좋아 슬픔이 스치고 지나갔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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