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이 Jul 26. 2020

센터를 옮긴 첫날

원도심에 대해서

"여기 센터 몇 년도에 지어졌어요?"

"1983년도에 지졌어요"

오래된 센터로 발령이 되었다.

여기는 기차역 근처다. 오래된 유흥가 안에 위치했다.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식당 뒷마당이었다.

가까이 가보니 탯줄도 끊어지지 않은 고양이이다.

어떤 이유에선가 고양이 엄마가 아기를 낳고 버렸다. 직원들이 한번 보고 각자 자기 할 일을 했다. 그런데 문제는 계속 우는 것이다.

결국에는 구급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신생아 고양이 분유를 사 왔다. 조그마한 스포이드로 고양이에게 분유를 주었다. 배가 찰 때까지.


그래도 고양이는 계속 울어댄다.

결국에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한 직원이 인터넷 고양이 카페에다 사연을 호소했더니 임보(임시보호)를 해 준다고 했다.

하지만 그쪽도 분유값을 원한다고 하길래

나도 분유값의 일부를 보탰다.


구급신고가 들어왔다. 어떤 중년 여성인데 술을 먹고 길에서 넘어졌다고 한다.

우리는 그 여성을 병원으로 이송했다.

그런데.

병원에서는 몇 번의 이력(미납)으로  응급실 비용을 선불로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여성은 핸드폰과 돈이 없었다.

그 아주머니는 딸의 전화번호를, 남편의 전화번호를 기억하려고 애썼으나 실패했다.

아는 지인의 번호도 기억할 수 없었다.

빨리 전화번호를 떠올려 보라는 우리말에

니는 너네 부모님 전화번호 다 기억하냐며

되려 화를 냈다. 사실 나도 뜨끔했다.

그녀는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나 인생 헛살었어. 이렇게 나를 도와줄 사람이 없나? 기억은 또 왜 이렇게 안 나는 거야 ㅜㅜㅜ"

결국에 그녀는 한 참치집 상호명을 기억해냈고

그 참지 집 사장님이 보증을 서주기로 했다.

그녀와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칼을 들고 있고 자살할 것이라는 구조 접수를 받았다. 현장에 떨리는 마음으로 갔다. 현장에서 어떤 우락부락한 아저씨가 맥주를 먹으면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경찰관은 능숙한 솜씨로 칼을 빼았었다. 그 남자는 경찰에게 다가갔다. 경찰은 한 발만 더 오면 테이져건을 발사한다고 했고 그 남성 쏴라고 머리를 들이밀었다. 하지만 일정 거리 이상은 접근하지 않았다. 경찰은 그 남성에게 이름을 부리면서 반말을 하니 그 남성은 나 아냐고 왜 반말이냐고 했다. 경찰은 내가 널 안 지가 5년이 넘었고 수십 번 출동 나왔고 나이가 15살이나 차이가 나는데 반말하면 안 되냐고 말했다. 상황이 대충 이해가 갔다.

결국 상황이 진정되었다. 남성에게 병원에 가자고 이야기하니 돈 없어서 못 간다고 한다. 그는 울면서 이야기했다.

"제가 신용불량자라 병원에도 못 가고요. 몸이 암덩이가 가득한데 치료도 못 받아요. 살고 싶은데 제 인생이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어요."


비가 계속 내렸다. 계속 운다. 고양이도, 여성도 남성도,,,

원도심은 호황인 시절을 지난 노인같 신도시는 막 고등학교를 마친 청년 같다.

 터로 복귀하는데 건설 중 48층짜리 아파트가 보였다.  역 부근 도시재생산업의 일환같다. 수천억 원을 쏟는다고 한다. 지만 밑 빠진 독에 새는 물처럼 젊은 사람들은 줄줄 빠져나고 출동은 늘어간다.


매거진의 이전글 낙상환자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