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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Apr 07. 2022

건물주의 무게

경리단길

경리단길의 인기가 높아진 때가 있었다. 하지만 건물주가 임대료를 올려 임차인들이 내몰리는 신세가 되었다. 임차인들이 내몰리니 인기는 다시 사그라들었다. 거기에는 어려 모로 고전분투한 방송인 홍석천 씨 도 있었다. 건물주의 자리가 조물주보다 조금 높아진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 심지어 학생들의 꿈에 건물주가 순위권 안에 링크되었다. 내 주위에도 건물주가 되고 싶어 하는 그런 친구가 있다. 욕도 칭찬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체 점검 담당자가 되고 건물주의 무게가 가볍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체 점검이란 완공된 건축물의 소방시설을 점검하는 것이다. 사람이 아프면 병원에 가는 것처럼, 완공된 소방시설일지라도, 고장 난다. 심지어 불완전한 것도 있다.

간혹 민원인들이 이런 말씀을 하신다. 스프링클러가 없다고 지적을 받았는데 사실 소방 완공 받을 때부터 없었다고,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난감하지만 조심스레 입을 연다. 소방시설은 소방설계업체가 70% 완성하고 소방의 건축담당자가 그것을 다듬고 소방감리업자가 시공중 90%를 만들어서 소방 완공 필증을 받는 것이라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체 점검하면서 100% 완성하는 것이라고... 목적은 소방시설을 완벽하게 하는 것을 넘어서 사는 사람이 발 뻗고 편하게 쉬게 하는 것이라고 말을 한다. 다행히도 대부분 고개를 끄덕이신다.

하지만 지금은 팬데믹 시대, 한 가지 난관이 있다. 소방시설 수리할 돈이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가게에 찾아와서 사 먹지 않고 놀지 않는데 세입자가 어떻게 관리비를 내며, 관리자는 어떤 돈으로 소방시설을 점검하느냐는 것이다.

건물의 주인이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것이 전기안전 관리와 엘리베이터와 소방시설이다. 건물을 군인으로 비유해 보자. 군인은 일 년에 한 번씩 신체검사를 본다. 그 신체검사에 합격해야 된다. 몸을 무거워질 수도 있고 이가 빠질 수도 있고 신장이 나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에는 약을 먹고 다이어트를 하고 수술을 해서 원상태로 회복해야 한다. 건물도 마찬가지이다. 고장 난 소방펌프나 감지기를 고치고, 엘리베이터를 점검하고 전기를 안전한 상태로 유지해야 된다. 그 이유는 단 한 가지이다. 거기에 사람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고치지 않으면 건물이 사람을 공격한다. 2020년에 승강기 사고는 85건이었고 같은 해 화재로 365명이 사망했다. ​

기본적인 안전에 투자할 돈이 없다면, 그 건물은 서서히 죽어간다. 아니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으면 이미 죽어가는 건지도 모르겠다. 건물주를 꿈꾸는가?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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