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 시술을 그만두고 나서 한동안 시술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 일부로 지워버린 것만 같았다. 생각만 해도 힘들어 일부로 무의식 어딘가에 묻어 버린 것이 아닐까. 우연히 모임에서 시험관 시술을 반복했었던 사람을 만나 시술 이야기 한 적이 있었는데 그분도 내게 이런 말을 했다.
“기억이 나지 않아요. 글로 써보려 했는데 한 줄도 못 쓰겠더라고요.”
사람의 뇌는 충격적인 일을 겪으면 일부로 기억을 안 한다던데 반복했던 시험관 시술이 나를 비롯해 많은 이에게는 힘든 일인 것이 분명하다.
그런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동생이 시험관 시술을 하면서다. 동생의 시험관 시술을 보면서 안개처럼 모호했던 기억들이 선명하게 하나씩 떠오르는 것이 아닌가. 마치 퍼즐을 맞추듯 조각났던 기억이 더해지면서 큰 그림이 되었다. 그 그림은 내 삶에 큰 의미가 있음을 시간이 꽤 흐르고 알게 되었고 그걸 나누고 싶어 쓰게 되었다.
살다 보면 열심히 해 온 일이 아무것도 아니게 되기도 한다. 허무하고 화도 나고 온갖 감정의 소용돌이 끝에 상처만 남아 아파해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아물더라. 남은 흉터도 애써 지우려 하지 말고 보듬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께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