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젤라의 일기장 Jun 19. 2024

한국무용이 힙할 줄이야.  

47살, 한국무용을 배우다.

얼마 전 인스타에서 춤추는 영상을 봤다. 다양한 춤을 전공하고 있거나 전문 댄서인 사람들이 한국무용을 추는 영상이었다. 영상 속에 춤은 내가 상상했던 한국무용은 아니었다. 화려한 춤선에 박자까지 현대적인 느낌이 들었고 한국무용을 전공한 사람들의 창작 안무란 것도 알게 되었다.

      

‘힙하다!’

정신없이 영상을 넘겨 보다가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지만, 막상 신청하려니 부담스럽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전공자도 아닌데’

‘나이도 많은데’

무언가 새로운 걸 시도할 때 내 마음에서 올라오는 소리는 늘 같다. 날 의심하고 믿지 못하는 소리다. 나는 이런 마음을 ‘두려움’이라고 부르겠다. 두려움이 올라올 때면, ‘후회’를 생각한다.

‘이걸 하지 않으면 내가 후회할까?’

나의 대답은 ‘후회할 것 같아. 한번 해 볼걸.’

이쯤이면 두려움은 물러간다.      

‘따라가지 못하면 어떻게?’

두려움이 마지막 반격을 해 온다.

‘따라가지 못해서 다른 사람에게 폐가 된다면, 그만 나가지 뭐.’

답은 간단하다. 그제야 두려움은 입을 다물었다. 호기심의 명백한 승리다.      


기초반을 수강하고 싶었는데 빈자리가 없단다. 어쩔 수 없이 그 윗 단계인 초급반을 신청했다. 첫날 센터로 가는 길은 멀었다. 사실 우리 집에서 지하철로 세 정거장이라 물리적으로 그리 멀진 않지만 내 마음이 그랬다. 젊었을 때는 새로운 것을 할 때면 가슴이 두근거리며 설렜다. 중년이 되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아무리 궁금하고 하고 싶었어도 새로운 건 부담스럽다. 그래서 같은 것, 익숙한 것이 좋다. ‘새로운 몸짓’과 ‘새로운 동작’에 몸을 적응시킬 생각을 하니 머리가 지끈하다.  몸에 새로운 걸 새기는 건 시간과 노력이 든다는 의미다. 적응하기 전까지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나는 왜 이 고생하는 걸까? 나도 참 못 말린다.

 

센터에 도착했다. 낯선 연습실, 낯선 사람들 앞에서 나는 긴장했다. 돌아보니 수강생들은 내 나이 절반도 안 되는 것 같다. 괜스레 주눅이 든다. 그래도 이미 결제까지 한 것을 무를 순 없다.

     

‘그래, 딱 한 달만 해 보자’  

마음을 굳게 먹고 어깨를 폈다. 한 달이란 조건을 걸면 왠지 마음이 편해진다. 안 맞으면 그만두면 되니까. 그렇게 나의 한국무용 수업이 시작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