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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 Jo Feb 21. 2016

반짝이던 너의 마지막

첫 출항 - 호주의 워홀러


 담담한 마지막 밤이었다. 겨울 내음이 날 때쯤에는 당연히 헤어짐이 있을 거라고, 수도 없이 되뇌던 가을이었으니. 안녕을 고할 때는 상대의 눈높이에 맞춰 주어야 한다는 나름의 이별 공식에 따라, 나는 리알토 타워 전망대에 올랐다. 가장 높은 곳보다는 조금 아래. 그래야 너를 잘 볼 수 있다는 걸 아니까.


 가장 높고 세련된 전망대는 멜번 스카이라인의 꼭짓점을 장식하고 있는 유레카 타워의 88층 스카이덱이지만 그곳에 서면 내가 너무 잘나서 은은한 밤의 불빛을 도무지 헤아릴 수가 없다. 촌스럽도록 우직한 리알토의 머리에 올라야, 부러질 듯 곱고 차가운 유레카를 만나는 것이다. 


 시리고 짙푸른 바람에 평원을 메운 별 구슬들이 휩쓸려 갈까, 말없는 도시는 애써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지평선 끝자락에 내몰린 그 아롱아롱한 것들은 쉴 새 없이 눈물을 글썽이는 것이었다. 


 피할 곳 없는 작별이다. 

함께한 1년, 너는 내 무의식 속에 내팽개쳐져 있던 ‘7살의 꿈’을 찾아다 주었다. 


장래희망 칸마다 어김없이 쓰던 두 글자,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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