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잠재의식과 협업한다
‘날마다 자신이 겪은 일이나 생각, 느낌 등을 사실대로 적은 기록’을 우리는 일기라 한다.
우리가 하루 동안 인지하고 경험한 그날그날의 일들은, 실상 그날 종일 펼쳐져 있던 ‘사실’ 중 지극히 작은 일부일 것이다.
우리가 보는 색, 우리가 듣는 소리, 우리가 느끼는 감정, 그 모든 것들이 3차원까지밖에 인식하지 못하는 우리의 신체와 의식의 한계 속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텅 빈 캔버스와 커서가 홀로 깜빡이는 문서 앞에서, 나는 먼저 잠재의식에 붓과 펜을 건네주곤 한다. 한계라는 그 테두리 바깥으로는 단 하나의 획도 긋지 못하는 의식의 초점을 의도적으로 흐리게 하는 것이다. 떠오르는 생각들을 부수고, 그 가루를 털어내어 완전한 진공으로 만든다.
그러면 그 빈 공간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음새 없이 매끈하게 연결된 직관의 무대가 된다.
잠재의식과 협업한다는 것. 그것은 ‘안다’고 생각하는 자의식의 교만을 흩뿌리는 일이다. 결과를 알지도 못하면서 알량한 경험을 끄집어내어 과정부터 통제하려고 하는 나의 의식을 해체하는 일이다.
그렇게 나는 매일, 잠재의식과 협업한다.
그렇게 진짜 일기를 쓴다.
‘안다는 것’, 그것은 우리가 안다고 느끼는 범위 바깥에 존재하는, 영원히 존재할 수 없는 상태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