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 일기 #005

공간이 나에게 손을 내밀 때

by Joy Jo


조금의 여비만 있다면 손쉽게 어디든 갈 수 있는 세상.

우리는 살면서 많은 곳들을 스치고 때론 머물며 마침내는 떠나는 여정을 반복한다.


아직 가보지 못했음에도 필연적으로 내 삶에서 맞닿게 될 것만 같은 끌림이 있는 곳들도 있고, 떠나온지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언젠가는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확신을 주는 공간도 있다.


공간이 나에게 손을 내밀면, 마음 속 깊은 곳 어딘가에도 작은 방이 생겨난다. 그것은 물질 세계를 반영하기는 하지만 지도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지형으로 재창조된다.


그러면 그 물질 세계의 공간과 나의 내면, 즉 정신 세계의 공간은 서로 미묘하게 공명하기 시작한다. 그 공명이 지속되면 지속될수록, 나에게 그 공간의 의미는 점점 더 커져간다.


사실은 이 내면의 공간이 모두가 객관적으로 인지하는 물질 공간보다 창조의 영역에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아득한 심연 속을 은은하게 밝히고 있는 '양자 정원'은 내가 가족들과 함께 한번은 다시 돌아가고 싶은, 지나온 어느 공간의 단면이다.


공간이 또다시 나에게 손을 내밀 때 그것을 동시에 알아채고 손을 맞댈 수 있도록 내면의 공간을 잃지 않는 일. 그리고 그저 잃지 않는 상태를 넘어 가꾸는 일은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망망대해 위에 작은 부표를 띄우는 일이다. 깊은 산 속 초행길을 지나며 고운 리본을 하나씩 가지에 매어 놓는 일이다.


마음 속 좌표를 가꿀 수 있다니, 다시금 생각해도 멋진 일이다.



Quantum Garden,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