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 일기 #004

‘선택할 수 있는 상태’로 최적화하는 것

by Joy Jo


내가 가장 무력감을 느꼈을 때가 언제였는가 되돌아보면, 무언가를 자의로 선택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을 때가 아닌가 싶다.


선택지가 아예 존재하지 않거나 원하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릴 수 없을 때, 무력감을 넘어 좌절감이 밀려들기도 한다.


그럴 때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눈앞에 보이는 환경과 상황을 탓하게 되는데,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원망을 하지 않는다‘라는 숨은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번번이 아주 쉽게 간과하고 만다.


거기서 한발 나아가 ‘지금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행동을 한다’는 후속 선택지 또한 존재한다는 것을, 그 당시에는 인지하지 못한다. 아니, 사실은 흘깃 이 후속 문항을 봤으면서도 당최 본 적이 없다는 듯 스스로를 속이던 순간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속 시원하게 온 세상을 탓하며 비난을 쏟아내는 것이 극적인 카타스시스를 제공할뿐더러, 무력감과 좌절감이 찾아온 김에 더욱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선택지 또한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면 적시에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다음 순서로 내가 선택할 어떤 특정한 행동을 하기 위한 에너지와 체력을 비축하는 시간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우리는 앵글을 달리하여 나의 다음 행동을 주도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상태’로 우리 마음을 최적화시킬 수 있다.


물질의 최소 단위인 ‘양자’가 고정된 입자 알갱이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어디에든 닿을 수 있는 파동으로서 존재하듯이, 양자로 이뤄진 나라는 존재 또한 관점에 따라 무한히, 주어진 문제의 답안을 각각의 상황에 유리한 방향으로 선택해 나아갈 수 있다.


어쩌면 양자 컴퓨터가 하루빨리 상용화되기를 고대하기보다는 내 정신 상태를 한시라도 빨리 최적화하는 것이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Superposition,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