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념에 갇힌 관점 파헤치기
파랑,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멜랑콜리, 우울, 슬픔, 새벽 같은 단어들이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신뢰, 성공, 젊음 등 기업 브랜드와 연관된 이미지가 떠오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 바다, 하늘, 수국 등의 자연적 이미지가 먼저 머릿속에 그려지는 경우도 있을 테다.
나에게 파랑은 가까운 미래에 대한 기대, 행복, 두근거림, 움직임으로 먼저 다가온다. 그것은 거대한 파도가 쉴 새 없이 일렁이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거대한 운동에너지의 집합과도 같다. 파란 별이 붉은 별보다 14배 이상 더 뜨겁다는 것을, 우리는 어릴 적 교실에서 파란색 불꽃을 관찰하며 배우기도 했다. 오늘을 살아가는 내가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파랑은 슬픔이었다가, 희망이었다가 또 미래가 된다.
그 관점이라는 것을 다시 헤집어 보면, 그 기저에는 오늘까지 살아오면서 알게 모르게 내 안에 심긴 신념이 굳게 자리하고 있다. 그 단단한 신념이라는 것은 관점이라는 렌즈의 굴곡과 색을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결정해 버린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신념에 따라 제각기 다른 모양으로 굴곡지고, 미묘하게 색온도가 다른 렌즈로 세상을 바라본다. 모니터의 성능에 따라 같은 색깔이라도 미묘하게 다른 색으로 화면에 나타나는 것과 같다.
어쩌면 평생 철저하게 믿었던 ‘표준색’이 실제 사회에 통용되는 그 표준색이 아닐 수도 있다. 평생 모니터를 한 대 밖에 사용하지 않았거나, 그 모니터가 이제 낡고 해져서 더 이상 제 기능을 못하는 상태라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같은 색, 같은 현상, 같은 세상을 마주하며 어떤 관점을 택하고 어떤 행동을 취할지는 온전한 개인의 몫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정말 내가 바라보고자 하는 세상이 맞는지 한 번쯤 반문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파랑이 슬픔인지, 미래인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삶의 여정을 지나며 늘 같은 모습으로 그 자리에 있었던 파랑을 때로는 슬픔으로, 때로는 행복으로도 보게 했던 내 관점과 감정 밑에 숨겨진 신념의 실체가 과연 무엇이었는지가 중요하다.
내가 이제껏 보아온 파랑은 트루먼 쇼의 무대 배경이었을까? 아니면 진짜 파랑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