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 일기 #014

태도가 아니라 기분을 먼저 돌보는 것

by Joy Jo


5년 전쯤부터 '기분이 태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구절이 직장인들 사이에서 격언처럼 퍼지며 많은 콘텐츠들이 양산되었고 아직도 그러한 제목의 책과 영상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때는 맞는 말이네, 끄덕이며 나의 기분과 생각대로 흘러나오는 태도를 통제하려 안간힘을 썼던 것 같다. 그런데 왜 먹물 같은 기분을 그 자리에 그대로 놓아두고, 겉으로 새어 나오는 검은 자국을 닦아내느라 그렇게도 고생을 했던 것일까?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으면 비는 언제든지 올 수밖에 없는데.


그 말이 아직도 회자되는 이유를 뒤집어 보면, 사실 기분이 태도가 되는 흐름 자체가 인간의 구조상 너무나도 쉽고 자연스러운 프로세스라는 것이다. 인간이 아닌 다른 무엇으로 다시 태어날 수 없다면, 내가 원하는 아웃풋, '태도'가 어떤 것인지에 따라 나의 기분에 계속 그 아웃풋이 나올 만한 '인풋' 값을 채워주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모르게 새어 나오는 태도에 전전긍긍할 것이 아니라 내 기분을 빠르게 전환할 수 있는 치트키를 평소에 심어 놓고, 빠르게 기분의 상태값을 최적화할 수 있게 만들어 두어야 한다. 평소에 내 기분을 급격하게 나빠지게 만드는 것들이 무엇인지, 그것에 내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에 대해 내성을 기를 방법이 있는지 한 번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망가진 기분부터 고쳐놓아야 거기서 나오는 태도로 인한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 내 기분이 어떤 포인트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유난히 자주 망가지는 것 같이 느껴진다면, 더욱 그 부분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진짜 원인이 무엇인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탐색해 들어가다 보면 기분보다 무거운 생각과, 그보다 더 거대한 신념이 나를 가로막는다. 그 생각과 신념에 '한계와 부정'을 암시하는 글귀가 십계명처럼 새겨져 있다면, 거기서 파생된 갑갑한 마음이 바로 지금 손쓸 수 없는 내 기분의 원인인 것이다.


이제는 별이 된 자기 계발 분야의 대가 밥 프록터는 그의 저서와 강연을 통해 우리의 '생각, 감정, 행동, 결과'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말했다. 생각과 감정, 행동이 일치해야 비로소 온전한 사람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 기분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는데 겉으로 보이는 '태도'만 제어하는 것은 흐름을 역행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일시적으로는 제어가 되는 것처럼 보여도, 물길을 억지로 막는다고 해서 물이 새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태도로 연결되는 생각과 기분을 더 나은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이제 우리는 알았다. 그럼에도 감정의 바다에 휩쓸린 상태에서 단번에 스스로 나오기란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내가 생각해도 한동안 나의 태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강력한 기분의 물살을 맞닥뜨렸다면 최선을 다해 그 태도로 인해 피해를 끼칠 수 있는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 일을 망치기 전 잠시 자리를 피해 1분이라도 바깥을 걷다가 들어온다든지, 커피를 한 잔 들이켠다든지 하는 것들 말이다. 부정적인 감정이 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같은 상태의 누군가를 만나 그 에너지를 증폭시키는 것은 모두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생각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공간, 음악, 책, 음식, 무엇이 되었건 내 기분을 새롭게 전환할 수 있는 가장 큰 변수가 무엇인지 알아 두어야 한다.


나의 경우에는 한 번씩 라이브 재즈를 들으며 기분 전환을 하곤 하는데, 재즈에 깊은 조예는 없지만 연주자와 관객들의 흥겨운 시너지가 나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어 준다. 팝이나 락과는 또 다른 것이 같은 곡을 여러 연주자가 다른 버전으로 연주하는데도 저마다 다 다른 변화와 리듬을 표현하는 것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고, 또 아는 곡이 나오니 안정감이 든다. 그렇게 한 번씩 생각을 정리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감정의 묵은 때를 해소하고 나면, 또 기분이 상할만한 같은 상황에 부딪쳤을 때 무던하게 넘길 수 있게 된다. 한껏 구겨지다가도 메모리 폼처럼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게 된다.


태도가 아니라 나의 기분, 생각, 그보다 더 깊숙이 존재하는 신념을 먼저 돌보는 것.

그것으로 나는 '기분이 태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또 하나의 강박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중이다.

Ronnie Scot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