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 일기 #015

소원을 소원하는 법

by Joy Jo


우리는 때때로 사랑하는 상대를 위해, 또 내가 바라는 것을 이루기 위해 소원을 빈다.


나의 소원 시나리오가 1인극이 아닌 누군가가 '등장'하는 형식이라면 소원을 소원하는 법은 조금 복잡해지게 마련이다. 소원을 들어주기를 바라는 특정한 대상이 있든지, 아니면 그냥 허공에 내뱉는 말이든지 간에 내 소원 속에 주연급으로 등장하는 상대가 있다면 상대도 그것을 원하는지 한 번은 넌지시 물어봐야 한다.


소원을 마음에 새김으로써, 혹은 입 밖에 내뱉음으로써 우리는 은연중에 그 시나리오에 가까워질 수 있는 행동을 '개시'하기 때문이다. 상대는 전혀 원하지도 않는 어떤 상태값을 지속적으로 떠올리고 그에 해당하는 행동을 하나하나 쌓아갈수록 상대와 나의 사이는 저절로 '소원해지게' 된다. 물론 다른 의미의 소원이다.


아무리 내 소원은 내 마음이라지만, 그 소원이 혹 사랑하는 사람과의 2인극 형식이라면 작은 질문들을 통해 중요한 단서를 수집하고 함께 그 소원에 가까워지도록 테마를 잡아가야 할 것이다.


신혼 여행지로 몰디브를 상상하고 떠올리면서 은연중에 몰디브에 대한 정보들이 착착 수집되는 사이, 상대는 하와이를 배경으로 한 무대를 꿈꾸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단순한 것들이야 금방 조율하면 되겠지만 미리미리 내가 꿈꾸는 것들에 대해 나와 함께할 사람과 공유해 두지 않으면, 내가 그 소원을 마음에 품고 있었던 시간만큼 진행되어 버린 소원과 상대가 원하는 소원의 간극이 너무 커져버려 갈피를 못 잡게 될지도 모른다.


혼자 담아두기보다는 장난스럽고 가볍게라도 이루고 싶은 것들을 조각조각 나누다 보면 어느새 더 이뤄질 법한 '현실 고증 소원 시나리오'가 완성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덧 두 사람이 '함께' 완성한 시나리오가 하나 둘 현실로 이뤄지는 것을 바라보며 더욱 자신감 있게 다음 챕터를 써 내려갈 수 있을 것이다.


Wish,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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